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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풍요의 땅' 나주 남도의 풍광과 맛 황홀한 이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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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풍요의 땅' 나주 남도의 풍광과 맛 황홀한 이중주

입력
2008.05.06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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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량제의 새벽 기운을 한껏 들이마시고, 다시금 '찬란한 신록'을 만나러 달려간 곳은 나주시 다도면의 불회사다.

백제에 불교를 전한 인도 승려 마라난타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고즈넉한 고찰이다. 주차장에서 절 입구에 이르는 300여m의 삼나무 숲길에서 벌써 초록이 뚝뚝 묻어난다. 숲 향기 짙은 그 길의 중간쯤에 돌장승 두 기가 마주보고 서 있다.

익살스러운 돌장승은 정겹고 수더분한 표정으로 길 가는 이의 웃음을 자아낸다. 시골 촌부의 소박하고 따뜻한 모습을 보는 듯하다.

사찰 진입로 격인 진여문을 지나 누마루 밑을 통과해 절 마당에 오르면 비로소 사찰 내부가 한눈에 들어온다. 대웅전 뒤편의 짙은 초록은 동백과 비자나무 숲이다.

불회사는 연둣빛 신록의 바다 위에 떠 있는 배와 같다. 경내에서 만난 한 스님은 "신록에 온통 포위된 지금이 가장 좋을 때"라고 했다. "매일매일 달라지는 풍경에 매일매일 황홀해진다"고 했다.

보물로 지정된 대웅전 안에는 지불에 옻칠을 하고 금박을 한 비로자나불도 유명하지만 천장에 새겨놓은 연꽃 안의 자라, 게, 물고기 문양도 놓치지 말자. 사찰에선 보기 드문 문양이다.

나주시 금촌면 초곡에는 화가 박태후(54)씨의 아름다운 집 '죽설헌'이 있다. 대나무의 푸름과 기왓장의 묘한 곡선이 어우러진 완벽한 조화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수련이 떠있는 그림 같은 연못 주변에 감 복숭아 사과나무가 곳곳에 심어져 있고, 울창한 대숲이 녹색 그림자를 드리운다. 집을 빙 둘러 나 있는 오솔길엔 옛 기왓장 수천장이 도열해 길의 운치를 더한다.

처음 발을 들여놓는 순간 그 집을 통째로 훔치고 싶었을 지경이다. 그냥 예쁜게 아니라 너무나 자연스럽게 아름답다. 이 집은 그가 수십년간 직접 나무를 캐다 심고 꽃들을 키워 가꾼, 자연을 길러낸 작품이다.

불회사가 있는 나주는 풍요의 땅이다. 호남평야의 젖줄인 영산강이 관통하고, 그 중심에 지금의 나주를 있게 한 영산포가 있다. 영산포는 영산강하구둑이 세워지며 1977년 마지막 배가 떠난 후 내륙 수운의 기능을 상실했지만, 삼한시대부터 그때까지 쌀과 소금, 홍어 등 전국에서 모인 물자의 교류가 이뤄졌던 곳이다.

전남도와 나주시는 영산포의 옛 영화를 추억하는 의미로 영산강에 황포돛배를 띄운다. 다야뜰에서 삼한지테마파크 인근의 중촌포까지 왕복 6km 구간에서 손님을 태우고 운항한다. 10일부터 31일까지 무료 시범운항, 6월 1일부터 정식 운항(성인 5,000원, 청소년 4,000원, 어린이 3,000원)한다. (062)286-5220

나주는 영산포 홍어와 나주곰탕, 민물장어 등 남도 미식의 진수를 맛 볼 수 있는 고장이다. 나주곰탕은 뽀얀 국물의 여느 곰탕과 달리 말갛고 시원한 국물 맛이 이색적이다.

나주시내 금성관 앞에 자리한 100년 전통의 하얀집(061-333-4292)이 원조 격이다. 주인 황순옥(66)씨의 시할머니부터 3대째 손맛을 이어오고 있다. 나주에는 곰탕집이 7곳 더 있다. 하얀집과 함께 남평집, 노안집이 유명 맛집으로 통한다.

영산포는 유명한 흑산 홍어의 집산지. 톡 쏘는 홍어의 맛이 바로 영산포에서 숙성돼 왔다. 이곳에는 '홍어의 거리'가 조성돼 있다. 홍어1번지(061-332-7444)에서는 홍어의 모든 맛을 느낄 수 있는 홍어정식을 한상 거하게 차려낸다.

홍어삼합, 홍어무침, 홍어튀김, 홍어전, 홍어찜에 보리애국까지 나오는 4인상 기준 흑산 홍어는 8만원, 칠레 홍어는 6만원이다. 구진포 강변에는 '장어 거리'도 있다.

나주=글ㆍ사진 이성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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