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키위를 재배하려면 그 동안 키워 왔던 그린키위 줄기를 베어내고 골드키위를 접붙여야 하는데, 오랫동안 정을 들이며 키워 왔던 터라 베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재배는 훨씬 힘들지만 골드키위만큼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유기농 그린키위를 재배하게 됐다.”
뉴질랜드 북섬 동쪽의 키위 과수원 밀집지역 타우랑가에서 30여년 동안 유기농 키위농장을 운영해 온 50대 농민 데니스 로빈슨씨의 설명이다. 그는 키위 재배로 매년 평균 한화 1억원 이상의 고수입을 올리고 있다.
뉴질랜드 키위는 100년 전 중국에서 가져 온 다래 종자를 개량한 것이다. 1959년 ‘뉴질랜드 과일’을 뜻하는 ‘키위프루트(kiwifruit)’라는 명칭으로 전 세계에 수출되다 97년부터 ‘제스프리’란 브랜드로 판매되고 있다. 높은 당도와 풍부한 영양소, 어떤 것을 골라도 변함없는 맛의 일관성, 골드키위 등 새로운 종자 개발 등을 통해 원산지인 중국은 물론 전 세계 키위 재배 국가 중 으뜸의 브랜드 파워를 구축했다. 현재 뉴질랜드 키위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25%이며, 특히 남반구 출하 시기의 점유율은 70%에 이른다.
뉴질랜드는 여름(1월) 평균 기온이 섭씨 18.3도(최고 23.7도), 겨울(7월) 평균 기온이 9.5도(최저 4.8도)의 온화한 기후와 비옥한 토양 등 키위 재배에 최적의 조건을 지녔다. 그러나 뉴질랜드 농민들에게 ‘부농의 꿈’을 이뤄 준 키위 농업이 순조롭게 성장한 것만은 아니다.
뉴질랜드 정부는 1984년 농가 소득의 최고 40%나 되던 농업 보조금을 완전 철폐하는 농업 개혁을 실시했다. 세계에서 전례 없는 이 조치로 하루 아침에 위기에 처한 키위 농가들은 자발적으로 영농조합을 결성하고 최고 품질의 키위 생산과 품종 개량을 위한 연구개발(R&D)을 진행함은 물론, 1997년 수출 전용 브랜드 ‘제스프리’를 만들었다. 이후 뉴질랜드에서 수출하는 모든 키위에는 제스프리 상표가 붙었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제스프리 브랜드 마케팅을 진행했다.
이런 배경을 갖고 있는 키위 마케팅 전문기업 제스프리 인터내셔널은 뉴질랜드 3,100여개 키위 농가가 모두 주주로 참여하는 ‘기업형 조합’으로, 이들 농가는 제스프리에 키위를 납품함으로써 판매 수입과 함께 배당금이라는 부수입도 올린다. 단, 주식은 상장돼 있지 않고 오로지 키위 농가끼리만 매매할 수 있다. 키위 농가로 구성된 이사회는 3년마다 외부의 전문경영인을 영입, 제스프리의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한다.
지난해 3월부터 제스프리 CEO를 맡고 있는 토니 노웰(55) 사장도 로레알, 다농 등 세계 유수의 소매ㆍ식품업체 임원으로 일하다 영입됐다. 그는 “세계의 식량 및 에너지 위기, 기후변화 등이 오히려 천혜의 자연조건을 지닌 우리에게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대신 자연을 보호하고 지속 가능한 경영을 해야 하는 책임도 막중하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키위의 경쟁력은 자연조건과 엄격한 품질 관리뿐 아니라 유전자조작(GM)을 하지 않는 종자 개발과 친환경 농법에도 있다는 자부심을 드러낸 것이다.
노웰 사장은 “골드키위 판매량이 세계 2위인 한국은 제스프리에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며 “제주도 농민들이 재배하기 시작한 제스프리 골드키위도 양산에 성공하면 수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타우랑가(뉴질랜드)=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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