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의 수익성과 건전성에 모두 빨간불이 켜졌다. 3년 동안 호황을 이어 온 은행들이 포화 상태에 들어선 국내 시장에서 자산 확대 등 외형 경쟁 위주의 영업 전략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지난해부터 수익 창출 능력이 뒷걸음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18개 은행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3조3,319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48.6%나 급감했다고 5일 밝혔다. 물론 지난해 1분기 이익엔 LG카드 주식 매각 이익 2조8,211억원(특별이익)이 포함됐지만, 이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올해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9% 줄었다.
이에 따라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순이익률(ROA)은 지난해 1분기 2.0%에서 올해 1분기 0.89%로 크게 떨어졌다.
특히 핵심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2.46%에서 2.38%로 하락, 은행의 수익창출능력이 갈수록 후퇴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는 시중자금이 증권사 CMA 등으로 옮겨감에 따라, 은행들이 고금리 특판예금 판매를 늘리고 이로 인해 수시입출금형 저원가성(저금리) 예금비중이 낮아지는 등 은행 상품이 ‘고비용 구조’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NIM 하락에 따라 1분기 중 국내은행의 이자수익 자산은 32조5,000억원 증가했는데도 오히려 이자이익은 1,508억원이나 줄어들었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이 3.08%로 가장 높았지만 3개월 동안 0.31%포인트나 급락했다. 외환은행(3.06%)도 같은 기간 0.28%포인트 하락했고, 신한은행(2.18%)은 0.12%포인트, 우리은행(2.39%)과 하나은행(2.27%)은 각각 0.07%포인트, 0.09%포인트 떨어졌다. NIM하락폭이 가장 작은 은행은 0.02%포인트 떨어진 기업은행(2.54%)이었다.
국내 은행들의 NIM은 2005년 2.81%를 기록한 후 2006년 2.64%, 2007년 2.44% 등으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반면 지난해 말 미국 내 총자산 100억달러 이상 상업은행들의 평균 NIM은 3.17%에 달한다.
수익성뿐 아니라 자산 건전성도 뒷걸음질치고 있다. 지난 주까지 1분기 실적을 발표한 5개 은행은 전분기 대비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이 모두 높아졌다. 고정이하여신비율도 우리은행만 빼고 모두 상승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건설업체 자금난 영향으로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도 증가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문제는 은행수익구조가 더 나빠지면 나빠졌지, 개선의 실마리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증권시장으로의 자금이동은 추세로 자리잡았고, 경기가 하강국면에 진입함에 따라 연체율 상승도 불가피해 보인다. 최근 몇 년간의 천문학적 이익은 결국 LG카드 하이닉스 같은 옛 부실기업매각이 안겨준 ‘장부상의 잔치’였으며, 그 잔치가 끝나자 은행들은 다시 초라한 본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형국이라고 시장은 평가하고 있다.
*순이자마진(NIM:Net Interest Margin)이란?
금융회사가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해 수익을 잘 냈는지 알려주는 지표. 때문에 수익창출능력을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자산운용수익(예금ㆍ대출금리차에 따른 수익과 유가증권의 이자수익등)에서 비용을 뺀 후 전체 운용자산으로 나누어 산출하는데, NIM이 높을수록 은행의 수익창출력이 높다는 의미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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