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와인도 많다는데, 와인을 언감생심 하는 주제라, 선물용으로는 사보았어도, 내가 마시려고 사본 적은 없었다. 그러던 차에 와인 한 병을 선물로 받았다. 고대로 다른 이에게 선물할 생각으로 있다가, 어느 분위기 좋은 날, 참지 못하고, 아내랑 오붓하게 마실 작정을 했다.
그런데 이걸 도대체 어떻게 따야 하나? 케이스 안에 구두주걱 같은 게 있기는 한데, 그것이 마개 따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도무지 사용법을 알 수가 없었다. 진짜 구두주걱인가? 온 집안을 뒤져 코르크마개를 딸 수 있는 도구를 하나 찾았는데, 마개에 박고 돌린 지 얼마 되지 않아 마개의 절반이 부서졌다.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병 속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그래도 마셔보자고 따라봤는데 무수한 나무가루가 목에 턱턱 걸려 도저히 삼킬 수 없었다. 줘도 못 먹는다더니! 우리는 서로 마개 하나 못 따는 주변머리라고 빈정대다가 급기야 대판 싸우고 말았다. 마개도 못 따는 남자(여자)랑 한 평생을 살아야 하다니 암담하다는 게 요지였다.
이 수치스러움은, 우리처럼 마개를 못 따 고생하신 분들이 상당하다는 걸 알고서야 좀 가셨다. …새 정부의 정책은 와인병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마개를 함부로 뽑아대는 것이 영 불안하다.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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