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연대 양정례(31) 비례대표 당선자의 어머니 김순애(58)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검찰의 '돈 공천' 수사가 위기에 봉착했다. 특히 법원의 영장기각 사유가 검찰 수사에 찬물을 끼얹는 내용이어서 "검찰이 계속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검찰이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을 때 법조계에서는 '모험'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김씨가 친박연대에 특별당비 1억원과 대여금 16억원을 건네면서 형식적으로는 흠잡기 어려울 정도의 '뒷처리'를 했기 때문이다. 특별당비는 근본적으로 법적 문제가 없는 돈이고, 16억원이 오가는 과정에서도 매번 차용증이 발급됐다.
그럼에도 검찰은 돈이 전달된 시점과 상황 등 전후 맥락을 중시, 17억원 전액을 양 당선자 공천 대가로 보는 강수를 뒀다. 차용증 등 여러 형식은 '돈 공천'이라는 실체를 덮는 방패막이에 불과했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홍승면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2일 내놓은 기각 사유는 검찰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홍 부장판사는 ▲친박연대의 당헌ㆍ당규상 당비와 관련한 제한 규정이 없고 ▲당비의 상한 금액에 대한 법률상 제한 규정도 없으며 ▲김씨가 친박연대의 요청에 따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된 친박연대의 공식 계좌에 실명으로 송금했고 ▲정당의 공식계좌에 입금된 금액은 선거 후 일반에 열람됐다는 점 등을 들어 영장을 기각했다.
즉, 김씨와 친박연대간 자금거래가 투명하게 이뤄졌고 법적인 문제도 없다는 얘기다. 검찰은 전후 맥락을 고려해 대가성 자금으로 봤지만, 법원은 법적 하자 여부를 따져 정상자금으로 본 셈이다.
홍 부장판사의 판단이 본안 판결은 아니라 해도 이례적일 정도로 영장 기각 사유를 상세히 밝힌 점으로 볼 때 향후 법원 태도에 변화를 기대하기란 어려워 보인다. 이에 따라 검찰은 당장 계속 수사 여부를 고민해야 할 위기에 처하게 됐다.
더구나 검찰은 김씨와 친박연대간 별도 자금 거래 등 추가 물증도 확보하지 못했다. "17억원은 사실상 대가성 자금"이라는 판단만으로는 김씨에 대해 영장을 재청구할 수도 없다.
양 당선자나 서청원 친박연대 대표에 대한 처벌은 더더욱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친박연대는 즉각 "(법원의 영장 기각은) 당연한 결과"라며 "처음부터 검찰의 친박연대 수사는 '법의 논리'가 아닌 '정치 논리에 근거한 수사였다"며 검찰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검찰 수사가 무산될 경우 '표적수사'라는 정치권의 비난은 잦아들겠지만 '돈 공천' 관행 혁파는 그 만큼 지연될 수 밖에 없다. 검찰이 이대로 주저앉을지, 추가 수사를 통해 더 명확한 물증을 확보할 지 여부에 법조계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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