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결과에 대한 한국 국민의 반발이 확산되자 미 정부가 긴급 진화에 나섰다.
리처드 레이먼드 미 농무부 식품안전담당 차관은 4일(현지시간) 워싱턴 주재 한국 특파원들과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쇠고기에 대한 미 정부의 검역 및 통제 시스템은 효과적이며 세계적으로 인정되는 수준의 안전을 제공하고 있다"며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레이먼드 차관은 또 한국에서 '검역주권' 포기 논란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 "미국 정부는 현행 협정이 한국 소비자의 건강과 식품 안전에 대한 우려에 잘 대처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며 "협정은 식품 안전에 대한 우려가 확인됐을 때 미국의 시설을 감사할 수 있고 미국 농무부와 협력할 수 있는 한국의 주권에 관계된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고 말해 한국의 검역주권이 보장됐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견은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에 대한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어서 한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미국 정부 관계자가 휴일에 한국 특파원단과 기자회견을 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이는 미국 정부가 한국의 움직임을 그만큼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그렇다고 해서 재협상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 것은 속단이다. 레이먼드 차관은 이날 "기자회견은 식품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이지 협상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다"고 말해 재협상의 가능성을 차단했다.
사실 한국이 재협상을 요구하면 미 정부는 축산지역 출신 의원들의 거센 압력과 한국의 새 정부 출범 이후 호전되기 시작한 한미관계에 가능한 한 상처를 내지 말아야 한다는 부담 사이에서 난처한 처지가 될 수 있다.
미 의회에서 연내 비준동의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연내 비준동의 노력'약속만 믿고 쇠고기 시장을 내준 것이라면 그 협상은 한국측의 결정적 실패라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미 정부가 일본 중국 대만 등의 쇠고기 시장 개방도 촉구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재협상 요구를 수용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레이먼드 차관은 기자회견에서 최근 논란을 일으킨 버지니아 출신 환자의 광우병 사망 여부와 관련해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예비 조사 결과, 이 환자가 인간 광우병으로 사망하지 않았다고 밝히는 등 보호막 치기에 부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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