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5월에, 이 영화는 '가화만사성'을 묵은 이데올로기라며 맞선다. 개인의 존재가 가족이라는 공동체 논리에 매몰된 한국 사회의 이면을 당돌하게 파헤친다. 폭력적인 결혼관계, 마초이즘, 이혼가정에 대한 편견 등등 한국사회의 가족 이데올로기의 속살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감독, 조감독, 카메라, 사진을 맡은 영화의 스태프다. 셀프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므로 더할 나위 없이 생생하다. 치부가 될 수도 있는 개인사를 배우들은 있는 그대로 공개한다.
영화 속 인물은 모두 가족주의의 허위성으로 고통을 겪었다. 그리고 그것을 과감히 거부한 인물들이다. "사이가 안 좋은데 같이 살면, 계속 싸울 거 아냐."(포토그래퍼의 말) "정말이지 가까이 하면 할수록, 가까이 할 이유가 없어지는 게 가족"(감독 경순의 말). 그러나 이들이 세상의 편견에 맞서는 방식은 무겁지 않다. 영화는 더할 수 없이 유쾌하고 솔직하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도구로 삼음으로써, 이 영화는 생동감과 함께 한계도 지닌다. 영화의 고갱이는 가족주의 신화에 도전하는 것치고는 무게감이 떨어진다.
보편성의 부족으로 인해 페미니스트들의 소품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가족주의를 한국사회의 마지막 성역으로 보고 도전하는 그 정신은 높이 살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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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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