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유럽연합(EU) 초대 대통령에 누가 선출될지를 두고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EU 대통령이 회원국의 정책결정을 좌우하지는 않지만 세계 최대의 정치ㆍ경제공동체인 EU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상징적인 권력으로 강력한 대외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탄생하면 현재 6개월마다 돌아가며 맡는 순회의장직은 사라진다. EU 대통령은 임기 2년 6개월에 1회 연임이 가능한 상임직으로 초대 대통령은 내년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BBC는 1일 ‘유럽의 조지 워싱턴’을 노리는 유력 후보들을 거론하며 이들의 경력과 당선가능성을 전망했다.
■ 블레어와 메르켈의 선두 다툼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 회원국들이 초대 대통령으로 지명도 높은 정치인을 선호하고 있다고 3월 보도했었다. FT와 여론조사기관 해리스가 공동조사한 결과, 대통령은 EU를 효과적으로 대표하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대답이 많았다. 이 같은 결과를 감안하면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와 앙겔레 메르켈 독일 총리가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블레어 전 총리는 1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이끄는 대중운동연합(UMP)의 대의원 회의에 참석, “테러와 안보, 이민, 에너지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력하고 통합된 유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사실상 선거 캠페인에 돌입했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동조해 ‘부시의 푸들’이란 별명을 얻었고 노동당 출신인데도 중도우파 노선을 따르고 있으며 유로화 도입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 비판을 받았다. 영국 독일 프랑스가 블레어를 대통령 후보에서 배제키로 밀약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 사이 급부상한 후보가 메르켈 총리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해 EU 순회의장국 총리로서 EU의 정치통합을 알리는 리스본조약을 이끌었고 G8정상회담에서도 매끄러운 외교력을 선보였다. 성비와 이념적 균형을 중시하는 EU 분위기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때문에 반대 세력이 적은 메르켈 총리가 블레어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얼굴마담 보다 실무형 대통령
신생 회원국과 일부 소국은 실무형 대통령을 선호하고 있다. 지명도 높은 인물이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되면, 대통령과 함께 EU 운영의 3대축인 집행위원장과 외무장관 간 힘의 균형이 상실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무형 인물 가운데 한명이 장 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다. 그의 정치적 경험은 사르코지 대통령도 인정했었다. 융커 총리는 95년 취임 이후 14년째 집권하는 유럽 최장수 총리로 현재 유로존 재무장관 모임의 의장을 맡고 있으며 EU의 경제통합을 가져온 92년 마스트리흐트 조약 체결의 중심 인물이다. ‘완벽한 후보’라는 BBC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신생 회원국들이 그를 ‘구시대 인물’로 보는데다 룩셈부르크의 EU 영향력이 미미한 것이 걸림돌이다.
동유럽 회원국의 지지를 얻는 좌파 성향의 알렉산드르 크바시니에프스키 전 폴란드 대통령, 아일랜드를 경제강국으로 이끈 버티 어헌 아일랜드 전 총리, EU 내 국경개방 협약인 쉥겐조약 체결에 앞장 선 볼프강 쉬셀 오스트리아 전 총리 등도 대통령으로 거론되고 있다.
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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