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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 칼럼] 홍보가 문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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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 칼럼] 홍보가 문제라고?

입력
2008.05.06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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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토론과 이성적 판단으로 접근해야 할 미국산 쇠고기수입 문제가 엉뚱하게 광우병 괴담과 정치적 공방으로 번져가는 것을 보면서 문득 ‘MB 물가지수’ 를 떠올렸다.

사안은 전혀 다르지만, 두 논란의 중심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있다. 그의 사고방식과 리더십 스타일을 올바로 분해ㆍ분석해야 문제의 핵심을 찾고 해법을 도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 필요한 이 작업은 내각과 청와대를 넘어 본인에게 던져진 과제다.

■ 광우병괴담ㆍMB물가는 한 뿌리

이른바 ‘MB 물가지수’는 출생과 양육과정, 그리고 첫 성적표가 나온 최근에 이르기까지 변칙과 편법의 산물이었다. 이 대통령이 물가문제가 불거진 3월 중순 돌연 ‘생활필수품 50개 집중관리’를 대책으로 지시하자, 정부는 ‘관리’의 실효성을 따져보지도 않은 채 52개 품목을 추려내느라고 일주일 이상 골머리를 싸맸다. 출발부터 개발연대식의 관치 냄새가 진했고 해당업계의 반발이 적지 않았지만, 정부는 시장이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권의 메시지를 이해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로부터 한 달. 4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에 비해 4.1% 올라 3년8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고, 식료품 등 장바구니 품목 152개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5.1% 상승했다.

그러나 7% 안팎으로 추정되는 MB 물가 상승률은 발표되지 않았다. 거꾸로 이 대통령이 비서진에게 깐 마늘 값이 폭등했다는 언론보도를 들이대며 “청와대가 제대로 챙기지 않으니까 이런 일이 생기는 것 아니냐”고 역정을 냈다는 얘기만 나왔다. 공직자들이 국민의 머슴이라는 자세로 세세한 것까지 챙기라고 누차 당부했는데도, 아래 사람들이 타성을 벗지 못해 일이 틀어진다는 취지다.

그러자 정부는 민생안정 대책회의를 앞당겨 열고 100여 개 생필품의 수입단가 공개 등 설익은 정책을 부랴부랴 내놓았다. 부적절한 인식의 소산인 대통령의 작품을 또다시 땜질하기 위해서다. 거시경제 운용의 큰 틀에서 물가 좌표를 어떻게 설정하고 물가의 상하 변동은 어디까지 용인하며 어떤 정책조합으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억제할 것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할 때인데도 말이다.

이벤트만 즐비하고 전략은 찾기 힘든 새 정부의 맹점은 여야보다 당정 갈등이 더욱 부각되는 추경논란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그 출발점에도 이 대통령이 있다.

그가 성장과 물가의 우선순위에 대해 자리마다 말을 바꿔가며 당과 정부, 시장에 얼마나 혼란스런 메시지를 던졌는지는 새삼 거론할 것 없다. 본인이 최근 한 달간 자신의 어록을 들춰봐도 민망할 것이다. 모호한 메시지를 일관된 방침으로 가꿔내는 ‘실세’라도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모든 장관과 수석을 등거리에 두고 경쟁시키는 ‘방사형 용병술’은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세계 각국이 한국에서 광우병 혹은 인간광우병이 대대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오해할 만큼 혼란스럽게 전개되는 최근의 사태 역시 이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ㆍ회장 및 서울시장을 지내며 쌓아온, 우월적 위치에서 귄위로 밀어붙이면 해결되던 리더십을 과신한 탓이다.

국가와 기업의 운용원리는 전혀 다르다고 수많은 사람들이 충고했는데도 말이다. 이런 리더십의 가장 큰 문제는 제왕적 CEO처럼 자신이 모든 문제의 해법을 다 안다고 생각해 국가대사에 관한 전략회의나 토론의 중요성을 가볍게 여기는 것이다.

이런 구조에서 공직자들이 생존하는 길은 한 가지 뿐이다. 기업조직에서 아랫사람이 윗 분을 모시듯이, 토를 달지 말고 지적 당할 곳을 보물찾기처럼 미리 감지해 사전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전봇대 없애기, 전등 한 등 끄기, 이면지 활용하기, 생필품 골라내기, 세계잉여금 활용하기, 숨은 2㎝공간 찾기 등 할 일도 참으로 많다.

■ 전략 없는 CEO리더십 한계에

하지만 정부 출범 두 달여 동안 요란하기만 했을 뿐, 정치든 정책이든 결과는 초라하다. 그러자 청와대는 상품은 좋은데 홍보를 잘못한 것이라며 연일 반성문을 쓰고 있다. 잘못 짚어도 한창 잘못 짚었다. 그럴 여유가 있으면 당면한 주요 국가전략을 놓고 여권 전체가 ‘끝장토론’을 벌여 목표와 수단을 분명히 제시하자고 건의하는 게 옳다. 수습도 못하면서 마구 흐트려 놓은 일이 한 두 갠가.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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