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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영욕의 8년 마치고 또다시 실세 총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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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영욕의 8년 마치고 또다시 실세 총리로

입력
2008.05.06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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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은 강한 민족주의자이며, 그 신념 때문에 인기 있는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은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56) 러시아 대통령을 ‘올해의 영향력 있는 인물’로 선정한 주간지 타임에 기고한 글에서 그를 이렇게 평가했다.

파산 상태인 늙은 제국의 무명 후계자로 등장해 집권 8년 동안 소비에트 제국의 위용을 회복시킨 뒤 7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는 푸틴의 재임 8년간 러시아는 국내총생산(GDP)이 6.4배 늘어 올해 말 세계 9위의 경제대국이 된다. 자신이 지명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제1부총리에게 권좌를 내준 푸틴은 이 같은 업적을 바탕으로 총리 겸 집권당 의장으로 앞으로도 러시아를 좌지우지 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GDP 22위에서 9위로 수직상승

수치로 보는 러시아 경제는 찬란하다. 1998년 국가부도의 수모를 겪었던 러시아는 GDP가 99년 22위에서 올해 9위로 뛰어오른 데 이어 세계 5위권 진입도 눈앞에 와 있다. 99년 65달러였던 한달 평균임금은 지난해 540달러로 8.3배 늘었다. 부채가 GDP의 70%에 달했던 취약했던 국가 재정도 외환보유고가 1,200억 달러로 세계3위에 달한다. 그러나 에너지 의존형 경제와 빈부격차는 여전히 심각하다.

일부 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석유ㆍ천연가스 수출이 전체 수출액의 60%를 웃돈다. 특히 천연자원 수출 호조에 따른 루블화 강세가 다른 산업 발달을 가로막고 있어 경제구조 고도화도 어려운 상태다. 자원수출로 벌어들인 외화가 고스란히 사치품이나 생필품 수입으로 사라지고 있다. 올들어 다시 12%로 높아진 고질적인 인플레도 빈부격차를 확대시키는 요인이다.

할 말하는 러시아, 미국의 대항력 회복

“조지, 당신은 우크라이나가 어떤 나라인지 아는가. 이 나라 상당 부분은 러시아가 선물한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면 단일 국가로 남을 수 없을 것이다.” 지난달 4일 루마니아에서 열린 러시아ㆍ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위원회 비공개 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이렇게 일갈했다.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을 유도하는 부시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동부와 크림반도를 러시아 영토로 합병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99년 이후 10개 과거 동구권 국가가 줄줄이 NATO에 가입했지만, 푸틴은 이를 용인했다. 러시아의 국력을 감안한 현실적 선택이었다. 푸틴의 발언은 “더 이상 앞마당의 서구화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강한 러시아’를 상징한다

실로비키 득세로 부활한 경찰국가

푸틴의 권력은 과거 국가보안위원회(KGB)세력에서 나온다. 전임 보리스 옐친 대통령 시절 러시아를 농단하던 올리가르히(과두재벌)를 숙청해 통제력 하에 둘 수 있었던 것도 KGB 세력의 지원 덕택이다.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는 “KGB 요원들이 푸틴의 후원 하에 ‘새로운 실력자’를 뜻하는 실로비키(Siloviki)로 떠올랐으며, 이들은 고위관료직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푸틴은 이들 실로비키와 크렘린 전문 관료집단을 경쟁시키며 자신의 절대권력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폭력 외에 다른 방법을 잘 모르는 실로비키가 국가와 경제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러시아 발전의 걸림돌”이라는 것이 이코노미스트의 지적이다.

올브라이트 미국 전국무장관이 “푸틴은 러시아에 대한 애국심을 위해 국민을 억압하고, 다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가능한 인물”이라고 결론 지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 푸틴 재임 8년 연표

1999년 8월 :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 푸틴 총리 임명.

12월 : 옐친 연말 사임발표, 푸틴 대통령직 승계

2000년 3월 : 푸틴 대선 압승, 러시아 최초의 민주적 정권 이양

8월 : 러시아 최첨단 잠수함 쿠르스크호 폭발 침몰, 118명 사망.

2001년 6월 :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

2001년 11월 : 부시 대통령과의 미국 텍사스 목장 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의 미사일방어 계획과 핵탄두 감축 제안 거부

2002년 10월 : 체첸 반군, 모스크바 극장 점거해 인질극. 인질 100여명 이상 사망

2003년 10월 : 러시아 과두재벌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 탈세 및 사기혐의로 체포

2004년 3월 : 70% 이상의 압도적 지지로 재선 성공. 서방 언론은 불공정 선거 비판

2004년 12월 : 지방정부 선거 폐지. 대통령 임명직으로 전환. 지방의회도 자신이 지명한 후보를 거부할 경우 해산.

2006년 1월 : 우크라이나에 가스공급 중단. 유럽지역 에너지 공급에 타격

11월 : 전직 KGB요원 알렉산더 리트비넨코 런던에서 독살

2007년 6월 : "미국이 러시아 국경에 MD 배치한다면 냉전체제로 돌아갈 것"

2008년 2월 :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후임 대통령 당선

5월 : 푸틴 대통령 임기 만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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