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與 "美日 쇠고기 협상 봐가며 추가개정 요구"
한미 쇠고기 협상의 졸속 타결에 따른 안정성 문제로 민심은 악화하고 있는데 정부 여당은 국민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방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여권은 긴급 당정청 협의까지 열고 '추가 개정 요구'라는 대책을 내놓았으나 미국이 이에 응하지 않으면 그야말로 말에 그치고 만다. 광우병 위험을 차단하는 구체적인 방안도 뾰족한 게 없다.
야당은 전면 재협상이 안될 경우 특별법 제정을 통해 협상 자체를 무효화 시키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지만 실효성이 있을지 미지수다. 특히 특별법을 통해 국제간 협상을 무력화 시키는 방법은 국내법과 국제통상법과의 충돌, 미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초래할 수 있다. 원천적으로 이런 상황을 초래한 정부의 책임이 크지만, 여야도 실질적 대책보다는 정치적 셈만 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실현 가능성 희박 '립서비스'
美통제국 지위 등 변화 없는한 사실상 불가능
한나라당이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 논란과 관련한 당정청 회의 뒤 내놓은 쇠고기 수입조건 협상의 ‘추가 개정 요구’ 방침은 실효성에 의문이 크다. 당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하지만 정부마저도 실현 가능성에 고개를 가로 젓는다. 결국 국민 여론을 의식해 내놓은 ‘립 서비스’이지 실질적 대책이 되기는 어렵다는 비판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여당의 추가 개정 요구 방침이란 현재 진행중인 미국과 일본, 미국과 대만간 쇠고기 수입 조건 협상의 결과를 보고 우리측 조건이 불리하면 추가 개정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5일 “일본과 대만이 우리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쇠고기 협상을 체결한다면 우리는 당연히 추가개정 요구를 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야당이 요구하는 전면 재협상은 할 수 없지만 개정 수준의 재논의는 요구할 수 있다는 취지다.
그러나 우리가 수입조건 추가 개정을 원한다고 성사될 수 있을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아주 특별한 상황변화가 없을 경우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현재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을 개정할 수 있는 경우는 2가지다. 미국이 현재 국제수역사무국(OIE)에 의해 부여 받은 ‘광우병 위험 통제국가’ 지위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 경우, 국제수역사무국이 광우병 위험을 판단하는 국제적인 기준 자체를 아예 바꿀 경우다. 이런 사태가 생긴다면 우리는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중단하고 미국과 다시 협상할 수 있다.
당장 이런 상황 변화가 없는데도 추가 개정을 논의하기는 쉽지 않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미국의 광우병 위험 통제국가 지위가 변하지 않았는데 추가 개정을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털어놓았다. 다른 당국자도 “미국이 추가 개정 요구를 무시하면 그만”이라며 “나라의 체면과 위신, 신뢰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미국이 자발적으로 응하지 않는 한 추가 개정을 논의하기는 어려운 셈이다.
때문에 한나라당이 추가 개정 요구를 대책 중 하나로 언급하는 것은 진정성을 의심 받을 수밖에 없다. 들끓는 여론을 수습하기 위한 원론적인 언급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물론 정부 차원에서 광우병 위험을 차단하기 위한 여러 보완 대책을 마련하고 있기는 하다. 이날 일부 검역 강화 대책을 발표한 데 이어 6일 고위당정회의에서도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하지만 이 중에서도 현실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내용이 있다. 정부가 우리 검역관을 미국 수출 작업장에 상주시켜 검역 과정을 감시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았지만 검역원 상주를 미국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수의과학검역원측도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또 당정 일각에서 검토되는 ‘미국산 수입 쇠고기에 대한 전수검역 조치 방안’도 마찬가지다. 이 역시 미국이 ‘일종의 무역장벽 아니냐’는 식으로 반발한다면 양국간 간단치 않은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 결국 성급히 협상을 타결했다가 뒤늦게 보완책을 마련하려고 하니 뾰족한 해법이 나오기 어려운 것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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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野 "특별법 만들어 원천무효화"
통합민주당은 5일 쇠고기 협상 무효화 특별위원회 회의를 열어 특별법 제정 방침을 확정했다. 정부 여당이 재협상 요구를 거부한 상황에서 쇠고기 수입을 막을 방법은 특별법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그러나 특별법 추진도 국제통상법과의 충돌, 미국과의 외교적 마찰 등의 현실적 문제를 안고 있다.
민주당은 4일까지만 해도 한미 쇠고기 협상 전반을 재검토하도록 하는 특별법을 준비했다. 쇠고기 수입 중단 조치와 재개 등에 대한 조건과 기준을 규정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외교협상을 무효화하는 특별법은 국제통상법에 위배되기 때문에 외교적 충돌을 피할 수 없다”(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는 지적이 제기됐다. 비록 하자가 크지만 한미 양국이 공식 합의문까지 만들어냈는데 이를 완전히 뒤집는 특별법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특히 국제통상 전문가들은 한국과 미국은 국제무역기구(WTO) 회원국이기 때문에 국제기준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국제기준이 되는 국제수역사무소(OIE)가 미국에 대해 광우병 위험 통제국 판정을 내린 마당에 또 다른 잣대를 들이대 국제질서를 흔들 경우 피소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은 이런 논란을 피하기 위해 5일 협상 합의사항과 관련된 직접적 언급은 이번 특별법에 담지 않기로 했다. 대신 국민 건강과 검역권에 대한 국회 권한을 포괄적으로 규정함으로써 쇠고기 협상 자체를 원천 무효화하겠다는 복안이다.
내용은 크게 두 가지. 우선 WTO 위생검역협정(SPS)에 나온 ‘과학적 증거가 불충분하더라도 회원국은 잠정적으로 검역 중단 등 위생조치를 취할 수 있다’(5조 7항)는 검역주권을 강조할 생각이다. OIE의 상위 기구인 WTO에 검역주권을 보장한 규정이 있기 때문에 특별법에 ‘양국이 협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문제가 생기면 수입을 금지할 수 있다’는 식으로 명기하면, 국제통상법과 충돌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또 ‘국민건강과 직결된 사안의 시장개방 협상은 국회 동의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시켜 이중 잠금 장치를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이 역시 미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피할 수는 없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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