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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토지' 품에 잠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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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토지' 품에 잠들다

입력
2008.05.06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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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토지> 의 작가 박경리씨가 5일 오후 2시 45분 서울 아산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82세.

박씨는 지난해 7월 폐암 3기 판정을 받았으나 고령을 이유로 치료를 거부하다 지난달 4일 강원 원주시 자택에서 뇌졸중으로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로 입원치료를 받아왔다.

1926년 경남 통영에서 출생한 박씨는 1956년 소설가 고 김동리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 <김약국의 딸들> (1962) <시장과 전장> (1964) 등을 발표하며 왕성하게 활동했다. 박씨가 1969년 현대문학에 연재를 시작, 25년간 원고지 4만장 분량의 집필 과정을 거쳐 1994년 8월 전 5부 16권으로 완간한 <토지> 는 한국 현대문학사상 최고ㆍ최대의 작품으로 꼽힌다. 평론가 김윤식씨는 “ <토지> 는 분량 뿐 아니라, 이념 사상 계급 등 세속적 차원을 초월해 산천과 자연이라는 인간 본연의 지점을 주제로 삼았다는 점에서 한국문학 미답의 영역을 개척한 걸작”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토지> 탈고 이후에도 2003년 장편 <나비야 청산가자> 를 연재하고, 지난 3월에는 신작 시를 발표하는 등 고령에도 꺾이지 않는 창작 의지를 보였다. 토지문화관이 들어선 원주시 단구동에서 1980년부터 텃밭을 가꾸며 <토지> 집필에만 전념, 문학외적인 일에는 관여하지 않았으나 1993년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직을 맡는 등 환경 문제에 큰 관심을 보였다.

<토지> 외에도 박씨는 20여편의 장편과 40여편의 중ㆍ단편 소설, <자유> (1994) <우리들의 시간> (2000) 등의 시집과 에세이집 (1966) <생명의 아픔> (2004) 등 저작을 남겼다. 월탄문학상, 인촌상, 호암상 등을 수상했으며 1994년 이화여대에서 명예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1997년 연세대 석좌교수로 임용됐다.

유족은 외동딸 김영주(62ㆍ토지문화관장)씨와 사위 김지하(67) 시인, 외손자 원보(34) 세희(27)씨가 있다.

이날 박씨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원주시 토지문학공원에는 분향소가 마련돼 추모의 발길이 이어졌다. 고인의 고향인 통영에서도 6일 강구안 문화마당에 분향소가 설치된다.

문화관광부는 5일 박경리씨에게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장례는 5일 동안 문인장(장례위원장 소설가 박완서)으로 치러진다. 8일 오전 8시 빈소가 마련된 서울 아산병원에서 영결식을 가진 후 원주시 토지문학공원에서 노제를 지내고, 9일 통영으로 운구될 예정이다. 장지는 박씨가 생전에 묻히기를 바랐던 통영시 산양읍 미륵산 기슭 양지농원. (02)3010-2631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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