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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김, 호랑이 노리는 '젊은 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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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김, 호랑이 노리는 '젊은 사자'

입력
2008.05.06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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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독주를 견제할 사자가 나타났다.

“호랑이(우즈)를 잡는 사자가 될 것”이다고 말한 것이 알려지면서 ‘라이언’이라는 별명을 얻은 재미동포 앤서니 김(22ㆍ김하진)이 생애 첫 승을 거뒀다. 최경주(38)에 이어 미국프로골프(PGA)투어를 제패한 두번째 한국인이다.

앤서니 김은 5일(한국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 퀘일할로골프장(파72ㆍ7,442야드)에서 열린 PGA 투어 와코비아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3타를 줄여 최종합계 16언더파 272타를 기록, 2위 벤 커티스(미국)에 5타차 완승을 거두고 정상에 올랐다.

16언더파 272타는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 타이거 우즈가 세운 대회 최소타 기록을 3타차 줄인 새 기록이다. 또 22세 10개월 15일 만의 우승으로 최근 6년간 PGA투어 최연소 챔피언 기록이기도하다. 앤서니 김은 우승 상금 115만2,000달러를 받아 상금랭킹 14위에서 6위로 뛰어올랐다.

두 살때부터 골프채를 잡았고 주니어시절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일찍부터 골프에 재능을 보여 ‘제2의 타이거 우즈’라는 평가를 받았던 앤서니 김이 프로데뷔 1년 6개월만에 챔피언 그룹에 이름을 올리면서 ‘젊은 강자’로 급부상했다.

특히 앤서니 김은 키 178㎝의 크지 않은 체격이지만 올시즌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가 300.5야드로 6위에 올라 우즈(287.7야드ㆍ56위)를 압도했다. 평균타수도 69.61타로 당당히 6위, 페덱스 포인트 4위 등 주요 부문에서 상위권에 포진했다. 마크 오메라는 “스무두살 때 타이거보다 낫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위축되지 않는 대담한 플레이와 자신감이 우즈를 연상케한다.

제이슨 본, 히스 슬로컴(이상 미국)에 4타 앞선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앤서니 김은 위기없이 쉽게 우승을 차지했다. 전반에 보기없이 4개의 버디로 4타를 더 줄인 앤서니 김은 13번홀(파3)에서 이날 첫 보기를 범했지만 14번(파4), 15번홀(파5) 연속 버디로 사실상 우승을 확정지었다. 앤서니 김은 16번(파4), 17번홀(파3)에서 2타를 잃고도 7타를 줄인 2위 커티스에 5타차 승리를 거뒀다.

세계랭킹 1위 우즈가 부상으로 불참했지만 2위 필 미켈슨, 5위 아담 스콧, 6위 조프 오길비, 8위 짐 퓨릭, 9위 비제이 싱 등 강호들이 앤서니 김 우승 잔치의 하객에 불과했다.

■ 앤서니 김은 누구/ 두살부터 시작 아마추어 평정 '제2의 우즈'

"최고의 느낌을 결코 잊지 않겠다. 앞으로 더 자주 그런 기회를 만들고 싶다."

앤서니 김의 첫 우승 소감이다. 앤서니 김은 18번홀에서 우승을 확정 짓는 파퍼트를 성공시킨 뒤 주먹을 불끈쥐며 내리꽂는 힘찬 세리머니로 우승 감격을 표시했다. 그리고 모자를 벗어 갤러리를 향해 고개 숙여 인사했다. 짧은 머리, 구릿빛 피부에 계란형의 얼굴은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한국말도 잘하는 편이다.

앤서니 김은 1980년 로스앤젤레스에서 결혼한 한국인 부모 김성중(66ㆍ미국명 폴 김)씨와 김미령(57)씨 사이에서 1985년 태어났다.

외아들인 앤서니 김은 두 살 때부터 아버지의 권유로 골프를 시작했다. 당시 타이거 우즈가 '골프 신동'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을 때다. 아버지는 유명한 선수로 키우기 위해 혹독한 훈련을 시켰다. 주니어대회에서 우승을 해도 성적이 나쁘면 트로피를 내던질 정도였다. 이런 과정에서 앤서니 김은 자연스럽게 승부사 기질을 터득했다.

세계주니어챔피언십 우승, 미국주니어골프협회(AJGA)이 뽑는 최우수선수 4년 연속 수상, 미국 대학 골프 최우수선수 선정 등 화려한 아마추어 시절을 보냈다.

'타이거우즈를 꺾겠다' '최경주와 구센처럼 개성없는 선수는 안되겠다'는 등 톡톡 튀는 언행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던 앤서니 김은 지난 3월 제주도에 열린 발렌타인챔피언십 출전을 위해 10년 만에 한국을 찾은 자리에서 "그 동안 내 말이 와전된 점도 있었지만 앞으로는 언행에 더욱 조심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2006년 가을 오클라호마주립대 3학년을 마치고 중퇴한 뒤 프로 전향을 선언한 앤서니는 그해 9월 초청선수로 출전한 PGA투어 데뷔전 텍사스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해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해 지난해 PGA투어 정회원이 됐다.

앤서니 김은 "18번홀 그린을 향해 걸어갈 때 기분은 내 생애 최고였다. 그동안 노력한 데 대한 보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정동철 기자 ba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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