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란 클리네 등 지음ㆍ원미선 옮김/물레 발행ㆍ496쪽ㆍ2만원
로마제국시대를 연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아내 리비아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천하를 호령하던 황제조차 아내의 말이라면 꼼짝하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비법을 알고 싶어했던 것은 당연. 그러나 그녀가 밝힌 비법은 간단했다.
그녀가 바람을 피울 때 절대로 들키지 않고 남편이 연애를 잘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한 것. 리비아는 처녀라면 사족을 못쓰는 남편에게 끊임없이 처녀들을 소개 시켜주기까지 했다고 한다. 자신의 약점은 노출하지 않고 통치자의 약점을 최대한 부각시키는 방법으로 최고 권력을 공유한 것이다.
“아무리 권력이 좋기로서니…” 현대인들이라면 고개를 갸웃거릴 만한 이야기다. 스웨덴의 부부 고고학자인 알란 클리네와 세실리아 클리네가 공저한 <고대 그리스로마의 진기록들> 은 이렇듯 있을 법하면서도 믿기 어려운 옛 문헌 속의 시시콜콜한 여러 이야기들을 현대의 언어로 복원한다. 740여개의 진기한 이야기들이 28개의 주제로 나뉘어 실려 있는데 고대 그리스 로마 판 ‘세상에 이런 일이’이나 고대 판 ‘기네스북’에 해당하는 책이라 할 수 있다. 고대>
진기명기와도 같은 내용들이 496쪽의 묵직한 분량을 빼곡히 채우고 있지만 그 진실여부를 따지기란 쉽지 않다. ‘가장 오래 산 파리’라는 꼭지의 내용이 대표적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6년인가 7년인가 장수한 파리 한 마리가 관찰되었다고 보고했다.’ 이 기록을 남긴 아테나이오스조차 믿기 어려웠는지 이렇게 반문한다. “무슨 수로 그것을 증명하려고 그런 말을 한단 말인가?”
하지만 이 책을 단순한 고대인들의 허풍으로만 치부하긴 어렵다. 신화와 전설로 가득한 야사가 정사가 기록하지 못한 시대의 공기를 더 농밀하게 담아내듯 이 책의 ‘믿거나 말거나’식 기록은 고대인의 사고체계나 풍습 등을 가늠케 한다.
다음은 ‘가장 진저리 나는 처형’에 묘사된 내용. ‘…가끔씩 누군가 와서 굶어죽기에는 너무 많고 먹고 살기에는 너무 적은 양만큼의 먹을 것을 주고 갔다. 그렇게 음식을 받아먹던 그 불쌍한 남자는 죽기까지 죽음보다 끔찍한 3년을 더 살았다.’ 옛 로마인들은 현대인보다 더 강한 측은지심(惻隱之心)을 가졌었나 보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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