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카타르 북부 라스라판 산업단지.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모래사막은 그저 ‘열사(熱砂)의 땅’으로 부르기에는 너무 혹독했다. 1분만 서 있어도 현기증이 나는 열기. 그 속에서 680톤 짜리 가스액화장비가 올라갈 기반 공사를 지휘하던 이원우 현대건설 상무는 “힘들 때면 30년 전 선풍기도 없던 시절, 이 곳에서 피땀 흘렸던 선배들을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외건설의 종가’ 현대건설이 국내 건설업계 최초로 해외 수주액 600억달러를 돌파했다. 현대건설은 2일 카타르에서 20억달러 규모의 복합화력발전소 공사를 수주해 지금까지 603억달러의 누적 해외 수주액을 기록했다. 국내 건설업계 총 해외 수주액(2,700억달러)의 4분의 1이나 된다.
현대의 해외건설 역사는 고속도로라는 개념도 생소하던 1965년 태국 파타니 나라티왓 고속도로 공사를 따내면서 시작된다. 당시 말단 경리사원이던 이명박 대통령이 태국 불량배들의 몽둥이질 속에서 금고를 지켜내 유명해진 바로 그 공사다. 이를 통해 배운 경험과 기술은 이후 경부고속도로 공사와 중동 진출에 귀중한 발판이 됐다.
현대건설은 이후 20세기의 대역사라 불린 9억6,000만달러 규모의 사우디 주베일 산업항 공사(76년)를 비롯, 바레인 디플로매트 호텔 신축공사(77년) 등 중동 공사를 잇따라 수주했다. 82년 착공해 3년 만에 완공한 말레이시아 페낭대교는 미국 엔지니어링협회로부터 기술력을 인정 받았고, 90년대 이란 사우스파 지역의 26억달러 규모 가스처리시설 공사는 단일 플랜트 공사 사상 세계 최단기간(35개월) 완공의 기록을 세웠다.
해외수주 규모는 70년대 5억8,563만달러(135건), 80년대 144억2,725만달러(204건), 90년대 202억1,675만달러(194건), 2000년대 199억653만달러(132건)로 비약적 성장을 이뤘다. 특히 최근에는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가스액화, 발전 등 건설수요가 폭발 중인 중동 지역에서 그 동안 쌓은 브랜드 파워를 이용, 고부가가치 플랜트 사업 수주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47억달러였던 수주 목표도 중동 특수를 감안, 65억달러까지 늘려 잡았다.
현대건설 이종수 사장은 “국내 기업에 불모지나 다름없던 해외시장을 건설로 개척해 지금은 오히려 수주를 부탁 받을 정도의 기술력을 인정 받고 있다”며 “현대건설의 글로벌 신화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의 주요 해외공사
1965년 태국 파타니 나라티왓 고속도로
1976년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
1982년 말레이시아 페낭대교
1999년 이란 사우스파 가스처리시설
2000년 쿠웨이트 해상터미널 확장
2006년 카타르 천연가스액화정제시설
라스라판(카타르)=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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