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전, 이윤호 지식경제부장관 명의로 이메일 서한이 언론에 전달됐다. 내용인 즉, 지난달 발표한 에너지 대책 중 일반 주택에 대해서는 실내 냉·난방 온도 과태료를 물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책 발표 직후 “정부에서 온도기를 들고 점검하러 다닐거냐”고 질타하자, 불과 열흘도 안돼 대책을 뒤엎은 것이다.
이뿐 아니다. 연비 1등급 차량에 대해 고속도로 통행료와 공영 주차장 이용료를 50% 절감해 준다는 대책은 불과 하루 만에 집어졌다. 대책 발표 바로 다음날, 주무 부처인 국토해양부가 “부처 간 사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추진 계획이 없다”고 해명 자료를 낸 것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추진 노력은 계속 하겠지만, 국토부가 운영상의 어려움과 통행량 제한 정책과의 충돌 등을 이유로 반대하
고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결국, 이 두 가지 내용을 골자로 했던 지경부의 이번 에너지 대책은 송두리째 ‘거짓 대책’이 되고만 셈이다. 어차피 상당한 부작용이 우려됐던 만큼, 이번 에너지 대책이 거짓으로 끝나는 것은 오히려 다행일 수 있다.
우려되는 것은 이 장관의 조급증이다. 조금만 되짚어 생각했어도 누구나 부작용을 알 수 있었던 대책, 부처 간 조율조차 제대로 거치지 않은 대책을 이렇게 서둘러 발표할 수 밖에 없었던 건 조속히 실적을 내야 한다는 강박 관념 외엔 설명이 불가능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장관을 6개월이나 1년 단위로 평가하겠다”고 밝힌 것도 한 원인이지 싶다. 하지만 대통령은 장관을 6개월, 1년단위로 평가하는지 몰라도, 국민들은 하루하루 평가한다. 그리고 대통령의 평가기준이 실적일 수 있지만, 국민들은 정책의 타당성과 신뢰성으로 평가한다. 이제 정부가 내놓는정책을 국민들이 곧이 곧대로 믿어줄지 의문이다.
이영태 경제부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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