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타석 무안타의 깊은 침묵. 타순은 3번에서 6번으로 강등됐다. 일본 진출 2년째를 맞아 3할 타자 복귀를 자신했던 이병규(34ㆍ주니치) 스스로도 용납할 수 없는 부진이었다.
그러나 한국에서도 슬로 스타터이던 이병규가 10년 간 최고의 좌타자로 군림할 수 있던 비결은 슬럼프 탈출 해법을 금세 깨닫는 것. 지난해에도 타율 2할6푼2리에 그쳤지만 시즌 후반 상승세를 타며 부활의 조짐을 알렸다.
이병규가 극적인 끝내기홈런으로 부진 탈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일본 진출 이후 첫 끝내기포였고, 상대는 세이브 1위를 달리고 있는 일본 최고의 마무리 후지카와 규지(한신)였기에 의미가 더했다.
이병규는 4일 아이치현 나고야돔에서 계속된 한신과의 홈경기에서 우익수 겸 6번타자로 선발 출전, 2-2로 맞선 연장 10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후지카와의 136㎞ 짜리 바깥쪽 포크볼을 밀어쳐 왼쪽 담장을 넘기는 끝내기 솔로포를 작렬시켰다. 시즌 4호 홈런으로 지난달 25일 한신전 이후 7경기(9일) 만이다. 타점은 16개째를 올렸다. 1승11세이브로 센트럴리그 세이브 1위를 질주 중인 후지카와는 이병규에게 한방을 맞고 무너졌다. 시즌 첫패.
이병규는 2회 1사 2루 첫 타석에서 삼진으로 물러난 뒤 세 차례 결정적인 득점권 찬스에서 헛방망이를 휘둘렀다. 4회 무사 2루에서는 1루 땅볼, 0-1로 뒤진 5회 2사 만루에서도 1루 땅볼, 0-2로 뒤진 8회 무사 2ㆍ3루에서는 삼진을 당했다. 그러나 전날 개막 이후 29경기 만에 6번으로 강등된 이병규의 자존심은 마지막 찬스마저 놓치지는 않았다. 팀이 0-2로 뒤진 8회 동점을 만들면서 연장에 돌입, 명예회복의 기회를 다시 갖게 된 것.
이병규는 볼카운트 2-1으로 밀렸지만 바깥쪽 가운데 떨어진 포크볼을 놓치지 않고 밀어쳐 홈런을 만들어냈다. 경기 MVP에 선정된 이병규는 “최근 성적이 부진해 팬들에게 죄송했는데 오랜만에 좋은 모습을 보여 기쁘다”고 말했다. 이병규의 시즌 타율은 종전 2할3푼9리에서 2할3푼8리로 약간 떨어졌다.
이병규의 극적인 홈런에 힘입은 주니치는 3-2로 이기고 센트럴리그 선두 한신을 1.5경기 차로 따라붙었다. 한편 야쿠르트 임창용은 요미우리전에서 팀이 2-7로 지는 바람에 등판하지 않았고, 요코하마와의 2군 경기에 첫 출전한 이승엽(요미우리)은 1타수 무안타에 볼넷 1개를 기록했다.
도쿄=양정석 객원기자(일본야구전문) jsyang0615@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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