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씨의 반세기 문학 인생은 바로 <토지> 로 대표되며, 또 그 이전과 이후로 뚜렷이 나뉜다. 토지>
박씨가 1969년부터 25년간 집필, 5부 16권으로 완간된 <토지> 는 ‘소설로 쓴 한국 근대사’다. 경남 하동 평사리와 간도 용정을 무대로, 구한말과 일제강점기를 거쳐 광복에 이르는 동안 최씨 집안의 몰락과 재기를 유장하게 그린 이 작품은 7개 매체 연재, 원고지 4만장 분량, 300여명의 등장인물 등 일단 그 규모부터 기록적이다. 작품 속에 나오는 어휘(2,515건), 속담(438건)과 풍속ㆍ제도 등을 따로 정리한 <토지 사전> (1997)이 출간됐을 정도다. 토지> 토지>
무엇보다 <토지> 는 격변의 근대를 살아갔던 인물의 전형을 제시한 점, 서부경남지역 방언의 핍진한 구사와 정갈한 문체, 심오한 심리 통찰 등 내용 면에서 한국 현대문학사를 통틀어 우뚝한 작품이다. “한국문학이 100년 사이에 이 같은 작품을 가졌다는 것이 자랑스럽다”(평론가 권영민 서울대 교수), “소설이 갖는 총체성의 힘을 깨닫게 하는 작품”(평론가 김치수 전 이화여대 교수), “현대소설사의 거대한 산맥”(평론가 정현기 전 연세대 교수) 등 <토지> 에 쏟아진 찬사는 일일이 헤아리기 어렵다. <토지> 를 주제로 쓰여진 학위 논문만도 20여편에 이른다. 토지> 토지> 토지>
박씨가 “애초 한 권짜리 장편으로 쓰려 했었다”고 말한 <토지> 는 집필기간 25년 내내 한국인의 관심사가 되기도 했다. 74년 김지미 주연의 영화로, 79~80, 87~89, 2004~2005년에는 각각 TV 드라마로 제작됐다. 두번째 드라마 제작 때 당시로는 파격적인 원작료 1억원이 박씨에게 주어졌고, 작가가 평사리와 용정을 직접 가본 적 없이 작품을 썼음에도 배경 묘사가 실제 정경과 놀랍도록 흡사했다는 등 작품 외적인 일들도 화제가 됐다. 토지>
4부(12권)까지 삼성출판사에서 초판이 출간됐던 <토지> 는 88년 지식산업사에서 다시 나왔고, 5부 완간본(16권)은 93~94년 솔 출판사에서 발간됐다. 2002년부터는 21권으로 나남출판에서 간행되고 있다. 해외에도 널리 알려져, 80년대부터 일본어 중국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로 일부가 번역됐거나 번역이 진행 중이다. 토지>
<토지> 의 그늘에 가려졌던 박씨의 전반기 소설에 대한 관심도 서서히 높아지고 있다. 박씨는 <토지> 외 다른 소설 창작을 중단한 74년까지 성장기 부모와의 불화, 6ㆍ25의 비극적 체험 등을 바탕으로 낭만적 꿈과 현실에 대한 환멸이 공존하는 작품도 다수 집필했다. 토지> 토지>
박씨는 4ㆍ19를 기점으로 단편보다 장편 창작에 주력하면서 개인에서 역사ㆍ사회로 문학적 관심을 확장한다. 몰락한 집안의 다섯 딸 이야기 <김약국의 딸들> (1962), 6ㆍ25과 이념의 관계를 냉정한 시선으로 묘파한 <시장과 전장> (1964) 등이 손꼽히는 장편이다. 수다한 인물을 능란하게 다루는 솜씨, 역사와 사회에 대한 남다른 안목 등 60년대 박경리 소설의 특질은 <토지> 의 탄생을 예견케 한 것이었다. 토지> 시장과> 김약국의>
시로 문학을 시작했던 박씨는 <못떠나는 배> (1988), <도시의 고양이들> (1990), <자유> (1994), <우리들의 시간> (2000) 등의 시집도 펴냈다. (1966), <원주통신> (1985)과 <가설을 위한 망상> (2007) 등의 에세이, 92~93년 연세대 원주캠퍼스에서의 소설창작론 강의 내용을 옮긴 <문학을 지망하는 젊은이들에게> (1995)도 박씨의 인생관ㆍ문학관을 살펴볼 수 있는 저서다. 문학을> 가설을> 원주통신> 우리들의> 자유> 도시의> 못떠나는>
이훈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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