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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과수 '독극물 찾기' 진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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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과수 '독극물 찾기' 진땀

입력
2008.05.06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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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가 지난달 27일 골프를 치러가다 제2중부고속도로 갓길에 정차된 승용차에서 숨진 채 발견된 김모(50ㆍ이비인후과 의사) 박모(48ㆍ골프의류판매업)씨의 사인을 밝혀내기 위한 작업을 일주일 넘게 진행하고 있지만 확실한 단서를 잡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자칫 사건이 미궁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5일 경찰에 따르면 국과수는 사고 당시 발견된 수면제 성분만으로는 호흡곤란에 의한 사망이 발생할 수 없다고 판단,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은 독극물에 의한 사망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이 독극물을 찾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국과수는 사망자 체액,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에 버려져 있던 주사기와 홍삼드링크병, 약물용기 등을 수거, 정밀분석 했으나 수면제, 항불안제 성분만 검출됐다.

국과수는 이에 따라 사망자 혈액과 소변 등을 이용, 독극물을 찾고 있지만 독극물 종류만 수백, 수천 가지에 달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과수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성분분석결과 잘 알려진 독극물은 검출되지 않았다"며 "정밀분석 작업이 언제 끝날 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숭덕 서울대의대 법의학과 교수는 "혈액 속에 어떤 독극물이 있는지 알아 내려면 혈액 등의 성분 분석을 한 뒤 그 결과를 토대로 혈액에 녹아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독극물 리스트를 만들어 한 가지씩 정밀분석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독극물마다 추출법이 다르고, 분석기 종류에 따라 가려낼 수 없는 독극물도 있기 때문에 하나하나 대조하고 확인하는 데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는 이야기다.

일부 전문가들은 사망자들이 골프 라운딩을 앞두고 착각에 의해 마약 성분이 든 약품을 잘못 먹었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자살 동기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36홀 골프 라운딩을 앞두고 두 사람이 함께 같은 약물이 든 홍삼드링크를 마셨다는 게 그 같은 추정의 정황적 토대다.

강웅구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숨진 박씨가 119에 전화를 걸어 "숨쉬기가 힘들다"고 신고한 점을 근거로 "사고 당시 발견된 두 가지 수면제와 마약 성분을 함께 사용하면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폐 부종을 일으켜 호흡곤란을 호소하다 사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광주경찰서는 김씨와 박씨가 인터넷 직거래나 이메일 등을 통해 '종류 미상'의 약물을 구매했을 수 있다고 보고 이들의 이메일 계정 분석에 착수했다.

또 김씨가 운영해온 병원과 김씨가 수면제 처방을 받은 신경정신과 의원의 컴퓨터 기록에 대한 조사에서 약물과 관련된 특이점이 나오지 않음에 따라 수기로 작성된 처방전이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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