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침대와 시몬스침대는 국내 침대업계 1,2위를 다투는 업체다. 하지만 두 침대 회사의 뿌리가 같다는 사실을 아는 소비자는 그리 많지 않다.
에이스침대의 안성호(40) 사장과 시몬스침대의 안정호(37) 사장은 친형제다. 45년 동안 침대 사업 외길을 걸어온 에이스침대의 창업주 안유수(77) 회장은 1992년 시몬스침대를 인수했다. 성호 정호 형제는 어릴 적부터 이 공장에 드나들며 현장 경험을 쌓았다.
입사는 형이 빠르지만 대표 취임은 동생이 빨랐다. 형인 안성호 사장은 92년 에이스침대에 입사해 2002년 대표이사가 됐고, 동생 안정호 사장은 98년 입사한 뒤 3년 만(2001년)에 시몬스침대 대표이사가 됐다.
부친과 얼굴이 빼닮은 형제는 경영 역시 현장을 최우선으로 삼는다. 하지만 풍채(형은 살이 붙은 편, 동생은 마른 편)를 비롯해 경력과 스타일은 판이하다. 형은 국내파(고려대 지질학과)에 기술쪽에 관심이 많고, 동생은 해외파(서던일리노이주립대 경제학과)로 기획과 트렌드에 밝다는 평이다.
국내에선 한치의 양보 없는 선의의 경쟁을 벌인다. 시몬스침대는 안정호 사장 취임 이후 공격 경영을 펼쳐 시장점유율을 10%대(지난해 매출 480억원)로 끌어올리며 업계 3위에서 2위로 올라섰다. 1위 에이스침대의 점유율은 32% 수준(지난해 매출 1,293억원).
공장의 위치(에이스는 충북 음성, 시몬스는 경기 이천)가 달라 서로 만날 기회가 많지 않지만 전화로 늘 상의한다. 원단 및 스프링의 강선 등 자재는 공동구매로 비용을 줄이고 있다.
그러나 해외에선 의기투합한다. 2005년엔 이탈리아에 합작법인 자나(ZANAㆍ요람)를 세웠다. 지분도 에이스침대 51%, 시몬스침대 49%로 나눴다. ‘가구의 본 고장’ 진출은 부친의 오랜 숙원이었는데 두 아들이 협력해 꿈을 이룬 것이다.
지난해엔 10년을 준비한 끝에 ‘밀라노국제가구박람회’ 공식참가 티켓을 얻어냈고, 올해에는 2년 연속 참가라는 성과를 일궜다.
밀라노 현지에서 만난 형제는 무척 다정해 보였다. 형은 “현재 이탈리아에 100곳, 서유럽과 동유럽에 20~30곳의 ZANA 대리점이 있는데 이를 더 늘려 2년 안에 ZANA를 흑자전환 기업으로 키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곁에 있던 동생도 고개를 끄덕였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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