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꾼이 밑지고는 안 판다지만 3개월 고민한 끝에 정말 원가만 받고 분양키로 했습니다.”
29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만난 김영춘(56ㆍ사진) 서해종합건설 회장은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최근 분양을 시작한 충남 ‘아산 권곡동 서해그랑블’ 아파트 분양가에 얽힌 고민을 털어 놓았다.
김 회장은 “사업을 할 때 이윤을 고려하지만 상황에 따라선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며 “수익을 높이기 위해 사업을 오래 끌기보다는 손해를 안보는 선에서 고객에게 혜택을 준다는 생각으로 결단을 내렸다”고 토로했다. 서해종합건설은 이번주 분양에 나선 권곡동 아파트의 분양가를 평당 550만원에 내놓았다.
이는 인근에서 분양한 아파트(평당 670만원)보다 평당 120만원 낮을 뿐 아니라 아산시가 승인을 내준 분양가(평당 620만원)보다도 평당 70만원을 인하한 수준이다. 여기에 확장 공사비(약 1,500만원)까지 무료 제공해 45평형을 분양 받을 경우 경쟁업체보다 분양가가 무려 7,000만원이 싸다.
그는 “인허가를 받는데 3년이 넘게 걸리는 바람에 분양시기를 놓쳐 수익을 포기했다”며 “이 지역에서 단 한 사람이라도 집을 살 고객이 있다면 우리 아파트를 살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 회장은 주택업계에서는 입지전적인 인물로 통한다. 1984년 신라건설㈜을 설립해 24년 만에 국내 시공능력평가 48위에, 연매출 3,000억원의 1군 건설사로 키웠다. 특히 서해종합건설은 시행ㆍ시공 모두 하는 자체사업을 잇달아 성공시켜 영업이익율이 동종업계 평균(6.19%)의 4배가 넘는 29.15%에 달한다. 이에 따라 지난해말 사내 이익잉여금이 2,594억원(2007년 말 현재)이나 되는 알짜 건설사다.
그는 조변석개하는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많다고 했다. 그는 “국가 정책은 시장이 과열되면 바로 규제하고, 냉각되면 부양책을 내놓는 냉온탕식 정책으론 성공하지 못한다”며 “장기 전략에서 시장 자율에 맡기는 게 가장 효율적인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때문에 국내 기업인들은 그간 3~4년 뒤 사업계획도 짤 수 없었다”며 “기업인들이 장기적인 계획과 비전을 가지고 사업할 수 있도록 정책의 일관성이 있어야 기업투자가 늘고 신규 고용도 창출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이례적으로 건설업계 자체에 대한 문제점도 솔직히 털어 놓았다. 그는 “건설 업계도 적정마진만 올리면 되는데 주택경기가 좋으면 과도하게 분양가를 올려 정부 규제를 자초한 면이 있다”며 업계의 자성을 촉구했다.
김 회장은 주택시장 안정과 관련, 신도시를 추가 건설하는 것보다는 사람이 몰리는 도심을 재개발하는 ‘MB식 정책’이 더 효율적이라고 했다. 그는 “신도시 건설은 토지보상, 도로 건설 등 인프라 투자 외에도 출퇴근 교통난 등 엄청난 투자비에 비해 얻는 효과는 적다”며 “차라리 도심 역세권 등 용적률을 100%만 올려도 서울에서만 20만 가구 이상의 공급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회장은 앞으로 유망한 사업으로 레저와 실버를 꼽았다. 그는 “주 5일제 정착으로 종합리조트 사업이 성장할 것”이라며 “제주도에 골프장을 포함한 리조트 공사를 90% 이상 마쳤고, 수도권에도 종합리조트 건설을 위한 부지를 이미 매입했다”고 공개했다.
송영웅 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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