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시아를 순방중인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29일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이란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인도를 방문해 미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인도 방문의 주목적은 이란에서 파키스탄을 거쳐 인도까지 가는 2,600km의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 협상. 3국의 원론적인 협의는 거쳤으나 파키스탄 정부에 지불할 통과세와 보안 확보 문제, 이란 정부가 가스 공급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놓고 이견을 보여 오랫동안 진척을 보지 못했다.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조속히 매듭짓기로 하고 45일 내 3국 실무회담을 갖기로 합의했다.
미국이 대테러전의 새로운 우방으로 정성을 쏟고 있는 인도에서 핵 문제로 대치중인 이란 대통령이 보이는 대담한 행보가 미국에 달가울 리 없다. 미국은 인도가 이란과 어떤 관계를 맺을지에 바짝 신경을 세우고 있다. 톰 케이시 미 국무부 대변인은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인도 방문 전 인도 정부에 핵 문제에 대해 이란 정부에 압력을 가해 줄 것을 요청했다가 보기 좋게 거부당했다.
오히려 만모한 싱 인도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미국 정부의 요청을 거부한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이란의 평화적 핵 권리를 지지하는 등 이란의 환심을 사기 위해 애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인도에게 이란은 3가지 측면에서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나라다.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 다음의 최대 원유 공급국이자 미래의 잠재적인 천연가스원이다. 이란은 인도의 지역 안정에 중요한 아프가니스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인도 국내에 상당한 기반을 갖고 있는 시아파 무슬림에 대한 입김도 세다.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도 미국에 독설을 퍼부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미국을 겨냥해 “세계의 지배세력이 몰락하고 있다”며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라크를 안정시키려는 미국을 도울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는 “오직 이라크가 미군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도록 돕고 지원할 뿐”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미 민주당 경선에 대해서는 인종문제를 들어 “미국은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대통령이 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아무래도 좋다. 미국은 어차피 몰락하는 세력이니까”라고 일갈했다.
황유석 기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