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모세의 기적’으로 불리는 전남 진도의 ‘신비의 바닷길’이 사라질 위험에 처했다. 진도군이 관광객들의 무분별한 어패류 채취와 조류변화 등으로 제 모습을 잃어가고 있는 바닷길에 ‘최대 인파 채우기’라는 세계 기네스북 기록에 도전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1일 진도군에 따르면 군은 신비의 바닷길 축제 첫째날인 5일 오후 5시를 전후해 바닷길이 열리면 관광객들을 들여보내 얼마나 많은 인원이 들어갈 수 있는지 확인하는 세계 기네스 기록에 도전한다. 군은 고군면 회동리와 의심면 모도 사이를 잇는 길이 2.8㎞ 폭 40~60m의 바닷길에 들어가는 관광객(2만여명 추정)을 직접 세는 장면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촬영한 뒤 기록등재를 신청할 계획이다.
그러나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이번 행사가 원형 훼손이 심각한 바닷길을 아예 사라지게 할 수 있는 ‘무모한’ 도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실제 2006년 진도 바닷길 학술조사연구를 실시한 전남대 해양연구소는 “관광객들이 삽과 호미 등으로 무분별하게 어패류 채취해 바닷길이 파헤쳐지고 낮아져 10년 후에는 바다 갈림 현상이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앞서 2004년 바닷길 훼손실태조사에서는 회동쪽에서 모도 방향으로 800m에 달하는 바다 지형이 40㎝ 가량 낮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회동 연안과 모도에 5개 선착장과 방파제 등이 들어서면서 개펄과 모래를 한 곳에 쌓이게 하는 바닷물 소용돌이 현상이 사라져 바닷길 퇴적층이 조석의 영향으로 깎여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군은 신비의 바닷길 보존대책 마련을 위해 기네스에 도전한다는 황당한 논리를 내세워 매년 바닷길 수용 인원을 늘리는 기록갱신에 나서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군 관계자는 “신비의 바닷길이 기네스북에 등재되고 유네스코 세계자연문화유산에도 등록되면 자연히 보존대책도 뒤따르지 않겠느냐”며 “10여년 바닷길이 열리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서라도 기록도전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목포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수만 명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갯벌과 퇴적층을 짓밟으면 바닷길이 온전하겠느냐”며 “휴식년제 등 대책마련은 뒷전인 채 바닷길을 망치는 방법으로 보존ㆍ보호대책을 유도한다는 발상에 기가 막힐 뿐”이라”고 비난했다.
진도=박경우 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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