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주당 대선후보 지명전에서 대세론을 앞세워온 흑인주자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승부의 분수령을 맞았다. 막판 질주를 해야 할 시점에 예기치 않은 장대들이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오바마 의원은 지난달 22일 실시된 펜실베이니아 예비선거에서 경쟁자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에게‘10%포인트’차이로 패배한 데 이어 최근 제레미야 라이트 전 담임목사의 인종갈등 발언파문에 다시 휘말리면서 적잖이 휘청거리고 있다.
특히‘갓댐 아메리카(빌어먹을 미국)’발언의 장본인인 라이트 목사가 일으킨 분란은 앞으로 남은 경선뿐 아니라 최종 관문인 슈퍼대의원 확보전에서도 오바마 의원에게 상당한 타격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의원이 힐러리 의원의 펜실베이니아 승리 효과를 상쇄하고 자신의 대세론에 쐐기를 박기 위해서는 6일 실시되는 인디애나, 노스캐롤라이나주 예비선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둘 필요가 있다. 유권자 가운데 흑인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은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오바마 의원의 우위가 유지될 것으로 보이지만 인디애나주는 라이트 목사 발언 파문의 영향권내에 들어오고 있다.
오바마 의원은 강도 높은 비난으로 라이트 목사와 결별을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인디애나주에서 생산직 근로자 지지 확보와 인종갈등 무마라는 이중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그는 펜실베이니아를 포함, 이제까지의 경선에서 치명적 약점이 돼온 생산직 근로자 지지에서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 와중에 라이트 목사가 다시 입을 열어 제2의 파문을 일으켰다. 오바마 의원은 여론조사에서 근소하게나마 앞서던 인디애나주를 잃을 경우, 힐러리 의원에게 남은 경선 포기와 중도 사퇴를 압박할 수 있는 근거를 잃게 된다.
맹추격을 한 끝에 거의 추월 단계에까지 진입한 슈퍼대의원 지지확보에서도 이상신호가 감지된다. 슈퍼 대의원들 사이에서 라이트 목사 발언 파문 등으로 오바마 의원이 과연 민주당 후보로서 공화당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압도할 힘을 발휘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생기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슈퍼대의원인 오하이오주 민주당 의장 크리스 레드펀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오바마 의원이 라이트 목사와의 관계를 조기에 정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지지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제까지의 약진세가 반영돼 오바마 의원은 이번 주에 슈퍼대의원 지지확보 경쟁에서 7대4로 앞서기는 했다.
이에 힐러리 의원은 침묵을 깨고 “라이트 목사와 좀더 빨리 결별했어야 했다”고 공격에 가세했다. 그러나 흑인들 사이에서는 오바마 의원의 라이트 목사 비난을 둘러싸고 찬반 양론이 갈리고 있어 오바마 의원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오바마 의원이 흑인 목사를 비난한 것이 오바마 의원의 흑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의심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 의원이 처한 상황은 30일 공개된 뉴욕타임스-CBS 공동 여론조사 결과에도 반영됐다. 이 조사에서 오바마 의원이 민주당 대선후보가 될 것이라는 응답은 51%였으나 이 수치는 한달 전 69%에 비해 훨씬 낮아졌다. 오바마 의원이 공화당 매케인 의원을 누를 수 있는 적임자라는 응답도 한달 전 56%에 비해 48%로 떨어졌다.
게다가 오바마 의원이 라이트 목사 문제에 대처하려다 보니 일자리 및 경제 문제에 집중력을 잃고 있기 때문에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부정적 상황은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오바마 의원이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본 궤도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인디애나,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의 압도적 승리가 더욱 필요해졌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