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발은 흔들었지만 신호가 약했다.
9개월간 지속돼온 미국의 금리인하 행진이 점차 끝나간다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지만, 미국 중앙은행은 이번에도 방점을 찍지 못했다. 시장과 전문가들은 제각각 엇갈린 반응을 보였고, ‘금리 불확실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의 관심은 사실 금리인하 폭보다 앞으로의 통화정책 방향을 담은 성명서의 내용이었다. 이미 시장에선 ‘서브프라임 사태가 정점을 지났다’는 예상이 분분했다. 때문에 FOMC가 향후 금리정책 방향 선회를 시사해 경기회복 기대감에 확실한 도장을 찍어주기를 바랬다.
하지만 결과는 모호했다. 우선 FOMC는 그 동안 금리인하와 동일시됐던 ‘시의 적절한(timely) 조치’나 ‘경기하강 리스크(downside risk)가 남아 있다’는 문구를 삭제했다. 대신 ‘그 동안의 유동성 지원 조치와 통화정책 완화는 시간을 두고 완만한 성장을 돕고 경제활동에 대한 위험을 낮추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를 담았다.
또 지난번 성명서의 경제활동 전망이 ‘더욱 약화됐다’(weakened further)는 표현도 ‘더 완화됐다’(softened further)로 바꿨다. 암울했던 전망 수준이 한층 부드러워진 셈이다. 실제 이날 FOMC 회의에서 위원 10명 중 2명은 금리동결에 표를 던졌다.
하지만 FOMC는 동시에 ‘계속해서 경제와 금융시장의 진전상황을 주시하면서 실질적인 성장과 가격안정을 이루는데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표현을 담아 상황에 따른 추가 조치(금리인하) 가능성도 내비쳤다. 한마디로 ‘분위기는 조금 나아졌지만, 아직은 두고 봐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성명 이후 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뉴욕 증시는 소폭 하락했고 달러화 가치는 주요국 통화들과 엇갈린 방향으로 오르내렸다. 유가는 금리보다 되려 재고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월가 전문가들 역시 “당분간 금리가 2%에 머물 것” “구체적인 신호는 없었다” 등 상반된 해석을 내놓았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그 동안의 공격적 금리인하보다는 인하폭이 제한적이겠지만, 경기 상황에 따라 한두 차례 정도 금리를 더 인하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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