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초등학교 여학생이 같은 학교 남학생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는 신고에 따라 경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그동안 이 학교에서 발생했던 성폭력 사태의 실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30일 경찰에 따르면 21일 오후 5시께 대구 A중학교에서 B초교 3∼6학년과 C중학교 1, 2학년 남학생 등 10여명이 운동장에서 놀고 있던 B초교 3학년 D(8)양을 끌고 가 성폭행하거나 성폭행 장면을 구경했다.
이 학교 3학년 E양 등 여학생 7명도 이날 방과후 성추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경찰은 범행에 가담한 학생들을 추적하고 있다.
경찰이 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 3명을 우선 조사한 결과 모두 성폭행 사실을 시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직접 성폭행에 가담한 학생은 초등학교 6학년 6명과 중학생 6명 등 12명이고 초등학교 3학년 남학생은 고학년의 강요에 못이겨 D양 등을 범행 장소로 유인한 것 같다”며 “D양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성폭력당한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초등학교에서 아동 성폭력 문제에 비상등이 켜진 것은 6개월 전인 지난해 11월. 남학생끼리 음란물에 나오는 행위를 모방하는 것을 본 교사가 개별 성교육에 나서자 올초까지 상담 학생수가 40여명으로 불어났고, 2월에는 여학생이 성추행을 당한 사실이 확인됐다.
상담 결과 부모가 맞벌이를 하는 6학년 남학생들이 대낮에 음란물 등을 본 뒤 3∼5학년 후배들을 위협, 학교운동장과 공터, 놀이터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음란행위를 강요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폭행하거나 집단 따돌림을 한 사실이 밝혀졌다.
성추행 피해가 늘고 있는데도 학교 측은 이들 학생들에게 위인전 등 책을 읽히고 교내 방송을 통해 성교육을 하는데 그쳤고, 급기야 남학생이 여학생을 집단 성폭행하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특히 이 학교는 성폭력 사태 발생후 2개월이 지난 올 1월에야 대구시교육청에 이 같은 사실을 협의사항 형식으로 약식보고하는 등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이다.
한편 전교조 대구지부와 대구여성회 등 11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학교폭력 및 성폭력 예방과 치유를 위한 대구시민사회공동대책위원회’는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조사와 재발방지책 마련을 촉구했다.
대책위는 성명서에서 “포르노가 교과서가 되고 성폭력이 실제가 된 현실 앞에 어른들은 책임을 통감하고 교육 당국과 경찰은 아동 인권의 관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성폭행 여부가 확인된 중학생은 가정법원 소년부로 보내고 초등학생은 학교에 통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전준호 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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