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은 실내에서 거의 모든 시간을 보내지만 실내 환경은 과거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좁은 땅 위에 많은 사람이 살기 위해 건물은 점점 높아지고 그 구조도 점점 폐쇄적으로 변하고 있다. 때문에 실내 환경은 자연법칙에 의하여 조절되기 어려워, 대부분 기계동력을 이용한 인공제어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비효율적인 환기와 유해한 건축자재 등의 사용으로 오염물질이 늘어나 실내공기 오염이 심각해지면서, 최근에는 의학사전에도 없는 '새집증후군' '건물병증후군' 등의 생소하지만 그럴듯한 신조어가 등장했다.
새집증후군은 신축건물의 건축자재나 페인트에서 나오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 포름알데히드(HCHO) 등 화학물질에 의해 유발되는 신종 증후군을 일컫는다.
가장 극단적인 형태인 '복합화학물질과민증'(MCSㆍMultiple Chemical Sensitivity)도 실내 오염물질에 의해 두통, 불쾌감 등이 유발되는 질병이다.
실내 오염물질은 호흡기계의 염증과 천식을 유발하고 두통과 피로감, 알레르기성 질환이나 정서불안 등 정신과 문제까지 일으킨다. 이런 문제는 대부분 새 건물의 유해 건축자재 때문이어서 새집증후군으로 불리지만, 오래된 집이라고 해서 자유롭지는 않다.
특히 이런 경우에는 땅에서 건물로 들어오는 기체 형태의 방사선 라돈, 페인트 같은 도료, 세균이나 진드기 같은 생물학적 유해 요인이 호흡기질환이나 피부, 내과, 소아과 질환을 일으키므로 환자를 보는 입장에서는 굳이 새집 여부를 구별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실내공기 오염은 건축자재 이외에도 실내에서 사람이 활동하거나 각종 물품을 이용하는 데서 생길 수 있다. 의류, 화장품, 스프레이 제품, 방충제, 세정제, 연소기구, 흡연, 애완동물 등이 바로 그것이다. 자동차 배기가스, 연소물질, 비산먼지 등의 외부 오염물질이 실내로 들어오기도 한다.
최근 인기를 끄는 초고층 주상복합형 아파트는 안락과 편리함을 주지만 주거환경 관점에서는 고려할 것도 많다. 몇년 전 한 유명 인사가 주상복합형 고층아파트에 거주하다 이사하면서 한 인터뷰가 화제가 됐다.
그는 주상복합형 아파트에 살면서 여름마다 곤욕을 치렀다고 말했다. 통유리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강렬한 햇빛이 집안 공기를 데우는데, 일반 아파트처럼 앞뒤로 관통하는 창문이 없어 더워진 공기가 실내에 정체된다는 것이었다.
더욱이 이런 형태의 아파트는 자연적인 바람의 환기가 불가능해서 낮은 효율과 소음을 감수한 공조시스템이 설치돼 있고, 중앙공급식 냉방장치가 방마다 설치돼 있다. 이럴 때는 실내 오염물질의 배출도 잘 할 수 없으며, 매우 비경제적이다.
이외에도 새집이라는 환경은 건물이 새것이냐 오래된 것이냐의 문제를 떠나 주거환경 변화라는 관점에서 거주자의 적응 문제도 관심을 가져야 할 영역이다.
특히 고령인이 오랫동안 생활하던 집을 떠나 밀폐된 고층아파트로 이사해 생기는 심리 문제는 주위에서 흔히 보는 정신과 문제다. 과거 아파트에 처음 입주할 때도 마찬가지였겠지만 작은 창문과 환기가 제대로 안 되는 환경은 폐쇄감을 유발할 수 있다.
병원을 찾는 환자의 흔한 증상은 주로 호흡기나 피부질환으로, 새집으로 이사한 뒤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병원 처방으로 증상이 호전되기도 하지만 투약을 중지하면 증상이 곧바로 재발한다. 원인을 제거하지 못한 채 대증치료만 반복하다 증상이 장기화돼 여러 합병증을 가져온다.
환자들은 자신의 증상에 따라 각 임상과를 방문해 치료를 받으며, 원인물질에 대하여 알레르기 검사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건축자재에 의한 실내 오염물질은 검사항목에 포함돼 있지 않다. 즉 원인물질을 찾기 위해서는 실내 환경평가가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포괄적으로 수용해 접근하려면 환경측정과 평가가 가능한 환경ㆍ산업의학과를 중심으로 소아과, 피부과, 이비인후과, 호흡기내과, 알레르기 내과 등 관련 임상과와의 협진과 시설ㆍ장비 공유를 통해 치료와 예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와 함께 실내환경 평가, 환경기인성 질환 역학조사, 건설사와의 공동 연구, 실내환경질(IAQ)의 표준 제정 등을 추진해 환자 치료와 예방, 주거환경 전반의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는 새집증후군 환자의 건강 문제가 핵심 과제이지만 앞으로는 실내오염과 건강과의 관련성도 밝혀내야 한다.
송재철ㆍ한양대병원 산업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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