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좋은 걸 내가 왜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 왔을까요. 마음이 참 편하고 매일 연습실로 뛰어가고 싶은 걸 보니 역시 나는 무대 배우인가 봅니다.”
TV드라마와 영화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여 온 배우 김갑수(51)가 그가 이끄는 극단 배우세상의 창단 10주년작 <선우씨, 어디 가세요> 로 ‘친정’인 연극 무대로 돌아온다. 9일부터 서울 대학로 배우세상 소극장 무대에 오르는 공연에서 그는 전신마비자로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선택하는 고선우를 연기한다. 선우씨,>
2003년 <배우, 우배> 이후 5년 만의 연극 출연이자 극단 배우세상 창단작 <좋은 녀석들> 이후 10년 만에 맡은 타이틀롤이다. 그는 “‘예전에 연극에 출연했다지만 무대에 선 모습을 못 본 관객이 많다’며 권하는 지인들이 없었다면 바빠서 엄두도 내지 못했을 일”이라면서도 인터뷰 내내 TV드라마와 영화 출연을 ‘밖의 일’로 표현하며 연극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좋은> 배우,>
1977년 극단 현대극장 1기로 배우 생활을 시작한 김갑수는 “밖의 일은 우연찮게 시작했지만 경제적 여건이 향상되면서 계속해 왔다”면서 “연극에 항상 빚을 져 온 느낌”이라고 말했다. 출연은 여의치 못해도 극단 배우세상을 만들어 제작자의 입장으로라도 연극계에 남고자 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젊은 시절 제가 무대에서 느꼈던 희열을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한정돼 있는 연극 무대를 조금이라도 넓히고자 했던 거죠. 지속적이지 않고 감각적인 것만 좇는 게 요즘 풍토라지만 사람살이를 말하는 연극은 화려한 볼거리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습니다.”
<선우씨, 어디 가세요> 는 안락사를 위해 30년 간 투쟁한 라몬 삼페드로의 실화를 소재로 한 스페인 영화 <씨 인사이드> 를 각색한 연극이다. 그는 작품에 대해 “장애인의 삶이 아닌 가족의 사랑이 주제”라고 설명했다. “의지대로 행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사람에게 삶은 권리일까요, 의무일까요. 더욱이 그런 구성원이 있다면 가족의 아픔은 어떻겠습니까. 삶과 죽음의 문제를 진지하지만 재미있게 다룬 연극입니다.” 씨> 선우씨,>
그는 볼거리 위주로 이벤트화되고 있는 연극계 현실에 관한 질문에는 “유행처럼 지나가는 현상일 뿐, 조금 무겁더라도 진솔하게 사람 이야기를 하는 연극은 그만의 매력이 있다”고 자신했다. “그런데 희한하게 내가 만든 연극에는 관객은 많이 들지 않대요(웃음). 물론 관객의 외면은 배우들 탓이기도 하죠. 연극 배우들이 작가나 연출가에 비해 너무 수동적인 것 같아요. 오히려 요즘은 밤샘 촬영 일정 속에서도 제 할 일을 묵묵히 하는 TV탤런트나 영화 배우들이 정말 부지런한 사람들이 아닌가 싶을 때도 있습니다.”
현재 TV드라마 <대왕세종> 에 출연 중인 그는 촬영이 없는 주말에만 연극 무대에 설 예정이다. “이제 밖의 일은 좀 줄이고 1년에 단 한 편이라도 반드시 연극에 출연할 생각입니다. 제가 태생이 무대인 사람 아닙니까.” 공연 문의 (02)743-2274 대왕세종>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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