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마지막 국회의 최대 쟁점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문제를 둘러싸고 여야의 기싸움이 점점 가열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번 임시국회 내 처리를 위해 “안되면 무기명 투표라도 하자”고 야당에 처리를 압박했다.
하지만 통합민주당은 “18대 국회로 넘기자”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원내 1당인 민주당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한나라당은 통과시킬 방법이 없기 때문에 비준안 처리 문제는 결국 18대 국회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한나라당은 17대 국회 내 비준안 처리를 위해 ‘읍소’와 ‘압박’ 전략 등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하고 있다. 1일에는 민주당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여론을 얻기 위해 총공세에 나선 것이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지도부가 비준안 처리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는데 그렇다면 쇠고기 협상 청문회와 한미 FTA 청문회는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결국 민주당이 비준안을 통과시켜 주지 않기 위한 구실을 만들려는 절차밖에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 지도부가 상임위(통외통위) 표결조차 거부하고 본회의 표결도 거부한다면 그것은 비준안에 찬성하는 양식 있는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배임행위”라며 “적어도 무기명 표결이라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몽준 최고위원도 “국회가 17대에서 18대로 바뀐다고 해서 국민이 달라지는 것도, 정당이 달라자는 것도 아닌데 18대 국회로 미루는 것은 무책임하고 위선적인 것”이라며 임시국회 내 처리를 촉구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을 압박하기 위해 다양한 명분과 논리를 내세운다. 우선 이번에 처리하지 않으면 언제 처리될지 기약이 없다는 점을 부각한다.
5월 처리가 무산될 경우 6월에는 18대 국회 원구성 문제로 국회가 공전될 가능성이 높고 7, 8월에는 여야의 전당대회와 여름휴가가 겹쳐 국회가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9월 정기국회로 넘어가고 그때는 또 국정감사 등 산적한 일정이 있고, 미국 대선 정치상황과 맞물려 비준안 처리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는 논리다.
한미 FTA가 참여정부 때 체결됐다는 점도 강조한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자기들(구 여권)이 집권했을 때 체결한 한미 FTA를 지금까지 처리하지 않은 것은 참으로 무책임한 처사”라고 쏘아붙였다. 아울러 한나라당은 한미 FTA가 어려운 경제상황의 돌파구를 마련할 계기가 된다는 주장도 내세운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이를 외면하는 것은 경제 살리기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뜻”이라고 공격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이처럼 공세를 펴도 민주당의 협조가 없으면 돌파구는 없다. 김정훈 원내공보부대표는 “우리는 최대한 빨리 통과시키고 싶지만 민주당이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방법이 없다. 무슨 다른 전략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한나라당으로서도 내심 18대 국회로 넘어가는 상황을 상정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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