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짜는 내년 예산안의 무게중심이 복지에서 성장으로 옮겨가는 모양이다. 두 갈래 사이에서 엉거주춤하는 재정운용 방식으로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친다는 판단에서다. 사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4%대 초반으로 떨어진 잠재성장률로는 복지를 확충하고 일자리를 늘리려 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성장과 분배를 대립적으로 보는 협량에서 벗어나, 분배의 밑거름으로 성장을 보는 새로운 시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정부도 ‘성장을 위해 복지를 축소한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줘선 안 된다.
그제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2009년 예산안 편성지침’은 성장 촉진, 미래 대비, 투자 지속의 3대 원칙을 내세우며 ‘복지지출의 속도 조절’을 강조했다. 양극화와 저출산ㆍ고령화 문제 해소를 위한 복지 지출은 참여정부 출범 첫 해 44조원 대에서 연 평균 11.3%씩 증가해 올해 전체 예산의 30%에 육박하는 67조원 대로 커졌다.
반면 성장잠재력 확대를 위한 지출은 5년 동안 크게 위축돼 총예산의 10% 대로 내려앉았다. 정부가 내놓은 이번 지침은 연구개발(R&D), 문화컨텐츠산업, 교육 등 성장 지출을 대폭 확대하고 복지지출은 사실상 동결하겠다는 것이다.
대안으로 제시된 것은 복지지출의 구조조정과 전달체계의 효율화다. 각 부처가 경쟁적으로 벌여온 중복ㆍ유사 지원사업을 통폐합하고, 대기업 회장까지 노인복지수당을 받는 비효율적 전달시스템을 쇄신하면 기존 수혜자의 혜택이 줄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생각처럼, 성장 자체가 능동적ㆍ예방적 복지의 토대라는 인식도 깔려 있다.
국내외 경제환경이 어려운 만큼 정부의 새 예산편성 지침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국내총생산 대비 복지지출 비중이 선진국의 절반도 안 되는데, 복지를 포기하느냐”고 강파르게 대들 일은 아니다. 그러나 대기업 편향의 새 정부 정책에 서민층이 적잖이 불안해 하는 현실은 잘 살펴야 한다. 정부는 복지혜택이 축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나, 정책전환기에는 사회적 약자가 늘 희생 당하기 마련이다. 공직사회의 머슴정신이 정말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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