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잘 놀던 아이가 밤만 되면 다리가 아프다고 칭얼댄다. 잠을 잘 자다가 갑자기 아프다며 깨어서 운다. 그러면 옛 어른들은 "키 크려고 그러는 거야"라며 한참을 주물러 주시곤 했지만, 막상 부모는 아이가 놀다가 넘어져 관절이나 뼈를 다친 것은 아닌지 혹은 다리에 무슨 질병이 생긴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부분 '성장통(growing pain)'일 가능성이 크다. 한림대 성심병원 소아정형외과 박건보 교수의 도움말로 성장통에 대해 알아본다.
■ 저녁부터 새벽에만 나타나
성장통은 3~12세 어린이의 35%에게서 나타난다. 여자 아이보다 활동이 많은 남자 아이에게 더 많이 생긴다. 대개 초등학교 입학 무렵부터 줄어든다. 주로 넓적다리나 종아리 주위가 아프며 한쪽 다리만 아프지 않고 양쪽 다리가 같이 아프거나 번갈아 아프다.
통증은 길어야 1시간 가량 지속되는데 거의 매일 반복되며 때로는 몇 주간 지속된다. 그러나 혈액검사를 하면 염증 반응이 없으며 X선 사진에도 이상이 없다.
성장통은 대체로 저녁이나 새벽에 나타나며 낮에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낮에 많이 돌아다닐수록 더 심하게 아프다. 통증은 개인차가 커서 드물게는 아파서 걷지 못하기도 한다.
■ 주무르고 온찜질하면 좋아
아이가 자다 깨어 갑자기 아프다고 하면 보호자는 일단 침착하게 아이를 안아주는 등 스킨십으로 안심시키는 것이 좋다. 보호자가 너무 걱정하면 아이도 불안해 하고 통증도 더 심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그리고 통증을 느끼는 부위를 중심으로 부드럽게 주물러 주면 좋다. 다리를 주물러 주는 것은 치료 겸 진단 효과가 있다. 성장통이 아니라 뼈나 근육, 힘줄 등에 심각한 이상이 있다면 만지고 주무를수록 통증이 더 심해지기 때문이다.
마사지에도 불구하고 계속 아프다면 따뜻한 물 찜질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런 마사지나 온찜질은 긴장된 근육을 풀어준다. 서지 못할 정도로 많이 아픈 아이도 있는데, 성장통이 확실하다고 진단되면 진통제 등의 약물치료를 할 수 있다.
성장통을 자주 호소한다면 저녁에 간단한 체조와 온욕을 하면 예방효과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주 이상 통증이 계속되면 다른 질병일 수 있으므로 정밀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 다른 질병 여부 확인해야
자녀의 다리가 아프다고 해서 모두 성장통은 아니다. 예컨대 류마티스 관절염이나 골종양, 백혈병, 칼슘ㆍ인 등 무기질 대사 이상으로 뼈가 약해지는 대사성 질환도 성장통과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O형이나 X형 다리 등 무릎 각에 이상이 있거나 평발이어도 무릎이 아플 수 있다.
아이가 낮에도 다리가 아프다고 할 때, 한쪽 다리만 아프다고 할 때, 다리를 주무르면 더 아프다고 할 때, 열까지 날 때, 통증부위가 빨갛게 붓거나 할 때는 반드시 전문의 진찰을 받고 다른 질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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