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만 해도 키가 큰 편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몸집이 좋은 것도 아니었다. 다만 또래 아이들보다 조금 빨랐을 뿐이었다.
어느 날 복도에서 뛰어다니다 선생님에게 딱 걸렸다. “벌 받을래, 아니면 농구 할래.” 그 선생님은 호랑이로 소문난 농구부장 선생님이었다. “차라리 운동하겠습니다.” 벌이 무서워 얼떨결에 운동을 하기로 했다.
LG의 5대 사령탑에 오른 강을준(43) 감독은 처음부터 농구를 하려고 했던 게 아니었다. 벌을 받지 않으려고 농구부에 들어갔던 게 인연이 됐다.
강 감독은 마산 산호초교-마산 동중-마산고를 거쳐 고려대에 진학했다. 대학 졸업 후 89년 삼성에 입단한 강 감독은 94년까지 선수로 뛴 뒤 95년 은퇴했다. 팀에서는 “2년만 더 뛰어달라”고 했지만 고질적인 무릎 부상 탓에 더 뛰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다.
은퇴 후 강 감독은 농구와는 전혀 관계 없는 일을 해보려 했다. 그러던 차에 수원 삼일상고에서 “팀을 맡아달라”는 제의가 왔고, 그 것을 계기로 명지고, 명지대 감독을 거쳐 프로농구 명문구단 사령탑에까지 올랐다.
LG 스포츠단은 전통적으로 검증된 베테랑 지도자를 선호한다. 초대 이충희 감독을 비롯해 김태환, 박종천, 신선우 감독이 모두 그랬다. 그래서 이번 강을준 감독 선임을 두고 파격인사라고 한다. 파격인사보다 더 파격적인 강 감독의 농구인생이다.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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