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만 높이고 국민들에게 집단이기주의적인 이미지를 심는 오만함은 이제 버려야 한다. 최고경영자(CEO) 출신 대통령이 ‘비즈니스 프렌들리(기업친화적인)’를 외치며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려고 하는데 재계의 답이 미흡하다” (남덕우 전 총리) “배려의 손길이 필요하다. 노동시장이 유연해지면 고용 역시 불안해 질 텐데 이럴 때 일수록 저소득층과 근로자들에게 진솔하게 다가가야 한다“(이홍구 전 총리)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될수록 재계는 윤리경영과 투명경영을 강화하는데 전력 투구해야 한다. 전경련 역시 국민으로부터 신뢰 받는 범 재계의 산실로 거듭나야 한다“(김각중 전 경련련 회장)
국가 원로들이 재계에 쏟아낸 질책과 당부의 요지다. 재계가, 특히 재계를 대표하는 전경련이 ‘구태’를 벗고 ‘제2의 경제 중흥’을 여는 실질적이고 명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요지다.
조석래 전경련 회장에게 집중된 이 같은 원로들의 질책은 지난 3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2층 회장단 회의실에서 열린 ‘전경련 원로 자문단회의’에서 있었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시작해 점심식사로 이어지면서 2시간 넘게 진행된 회의내내 전경련은 진땀을 흘리며 경청해야 했다. 자문위원들의 면면이 국가 원로들이라는 중량감과 전경련이 말만 앞세우고 있다는 비난대상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쏟아낸 한마디 한마디가 비수처럼 꽂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경련 원로자문단회의는 남덕우 전 총리가 좌장을 맡고, 이홍구 전 총리, 나웅배 이승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송인상 능률협회 명예회장, 김각중 강신호 전 전경련 회장 등 8명. 이 회의는 매년 짝수 달 마지막 날에 열리며 홀수 달 둘째 주에 열리는 회장단 회의에 앞서 회장단 회의의 주요 안건을 사전 검증하고 조언하는 자리다.
원로들은 올들어 두번째 열린 이날 회의에서 전례없이 강도를 높였다. 새정부의 친기업 정책에 걸맞게 전경련의 위상이 새로워져야 하는데 크게 미흡하다는 이유에서다. 한 원로는 “전경련이 국민들의 기대와 달리 지나치게 재벌중심의 입장에서 떼쓰듯 요구사항만 내놓고 있는데 먼저 자기정화를 통해 변화하고 친근하게 국민들에게 다가서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원로는“규제개혁을 위한 입법 절차에 신경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 안전망 확보에 대한 배려의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경련 조회장은 이날 정부에 내놓은 규제개선 요구안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러나 ‘요구에 앞서 자기개혁이 우선돼야 한다’는 원로들의 지적이 재계의 요구에 대한 측면지원 목소리를 압도했다.
이 자리에 배석한 전경련 고위 관계자는 “정부와 기업 등에서 폭넓게 활동한 원로들이어서 전경련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주류를 이뤘다”며 “특히 국가이익도 균형적으로 생각하는 중립적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점과 전경련이 거듭 날 것을 주문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요구만 많고 세상의 변화를 앞서 주도하지 못한다’는 세간의 지적이 이날 원로들을 통해 쏟아졌다는 것이다.
한편 전경련은 8일 올들어 3번째 회장단 전체 회의를 개최한다. 이번 회의에서는 3월 회장단회의에서 채택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결의문’의 후속대책을 점검하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대신한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의 전경련 부 회장직 승계여부를 논의한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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