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난달 30일 연례 테러보고서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다. 하지만 그 내용이나 미국 내 움직임을 살펴보면 북한의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가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미 국무부 보고서가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맞춰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할 의사가 있다”고 밝힘으로써 “북핵 2ㆍ13 합의에 따라 북한을 테러지원국 지정에서 해제하는 과정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지난해 언급한 것보다 훨씬 진전된 표현을 사용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 국무부는 나아가 최근 물증이 공개된 북-시리아 핵협력 사실을 전혀 거론하지 않음으로써 이 문제가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북-시리아 핵협력은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를 불가능하게 하는 북한의 테러지원활동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미 국무부의 조치는 이번 기회에 북한과 타협해 북핵 신고 문제를 매듭짓겠다는 정면돌파로 해석된다.
북-시리아 핵협력과 관련해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유화적 태도를 강하게 비판해온 의회 내 공화당 강경파들이 이 보고서에 별다른 이의를 달지 않은 것은 공화당내 강온파 대결에서 국무부 협상파가 판정승을 거뒀다는 뜻이기도 하다.
델 데일리 국무부 대테러 조정관이 이날 브리핑을 통해 “북-시리아 핵협력이 (북한의 테러지원활동에 포함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 면밀히 검토중”이라며 여지를 남기기는 했으나 이 문제가 나중에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사유가 될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날 북핵 불능화 및 폐기 비용을 지원하기 위해 핵실험 실시 국가에 대한 재정지원을 금지한 ‘글렌수정법’을 완화한 법안이 미 하원 외교위를 통과한 것도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를 촉진하는 흐름에 해당한다.
외교위의 공화당 간사인 일리나 로스 레티넨 의원은 ‘글렌수정법’의 모법인 ‘무기수출통제법’에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와 관련해 북한이 더 이상 다른 국가에 핵기술을 이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대통령이 확인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으나 과거의 핵확산 활동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과거에 대한‘면죄부’구상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이처럼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의 길이 열렸으나 결정적 변수는 남아 있다. 앞으로 제출될 북한의 구체적 핵신고 내용이 미 행정부나 의회, 6자회담 관련국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 언제라도 논의를 원점으로 돌릴 수 있다는 것이 미측의 생각이기 때문에 향후 모든 것은 신고 내용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한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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