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안에서 대통령을 상대로 대립각을 세운다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이다. 이런 정치구도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30일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 전한 친이 진영 내부의 기류다. 이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마지막으로 만난 것이 1월 23일 대통령직 인수위 당선인 사무실에서다. 그 뒤 100여일이 흘렀고 그 사이 총선이 끝났는데도 두 사람은 만난 적도, 대화한 적도 없다. 더구나 이 측근 말대로라면 두 사람 사이에 형성된 냉기류는 앞으로도 쉽게 걷힐 것 같지 않다. 두 사람의 갈등이 이렇게 길어지는 이유는 뭘까.
두 사람은 정치를 바라보는 눈높이부터 다르다. 이 대통령은 탈 여의도 정치를 강조한다. 한 측근은 “이 대통령은 정치에는 신경을 적게 쓰고 일로 승부를 보겠다는 생각”이라며 “실용과 효율을 강조하는 그에게 ‘여의도 정치’는 소모적 정치게임으로 비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생각은 다르다. 공천이 끝난 뒤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고 한 지난달 23일 국회 기자회견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박 전 대표는 계파 여부를 떠나 정치를 신뢰와 원칙으로 이해하는데 이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함으로써 신뢰관계를 깼다고 본다. 이처럼 양측은 기본 인식부터 평행선을 그린다.
최근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 대통령이 최근 박 전 대표와의 갈등을 한나라당 내부의 문제로 위상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친박은 있어도 친이는 없다” “국내에 더 이상 내 경쟁자는 없다” 등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측근들도 “자꾸 대통령을 박 전 대표의 상대편에 놓지 말아 달라”고 당부한다.
물론 경제살리기에 전념하겠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문제는 박 전 대표가 대통령의 불개입을 사실상 외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친박 인사들은 박 전 대표가 ‘친박 탈당자를 즉각 복당시키면 전당대회에 불출마하겠다’며 진정성을 강조하는데도 이 대통령이 외면하는 것은 사실상 책임 방기라고 주장한다.
당내에도 이ㆍ박 갈등의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 중립 진영 의원은 “박근혜라는 정치적 실체가 분명히 존재하는데 당을 이끌고 가야 할 이 대통령이 이를 외면만 해선 안 된다는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 대통령이 좀 더 정치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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