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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에 끌려 위증? 이젠 감옥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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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에 끌려 위증? 이젠 감옥간다

입력
2008.05.02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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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남편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다른 사람이 떨어뜨린 지갑을 뒤져 50만원짜리 상품권을 훔친 혐의(절도)로 기소되자 부인 A씨는 지난해 9월 남편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A씨는 “남편과 함께 부모님 제사를 모시러 가던 중 휴게소에 들렀는데 내가 주운 지갑 속의 상품권을 꺼내 남편의 상의 윗주머니에 몰래 집어넣었다”고 남편은 죄가 없다고 두둔했다. 하지만 목격자들의 증언 등에 따라 A씨의 진술은 허위로 드러났고 법원은 지난달 A씨에게 위증죄를 적용해 징역10월 형을 선고했다.

#2. 교차로 충돌사고로 재판을 받고 있는 동거남을 위해 증인으로 나섰던 B씨도 지난해 6월 위증 혐의로 징역4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실제는 직진이 금지된 1차로를 주행하다 2차로로 불법 변경하면서 뒤에서 오던 차량과 접촉한 것인데도, B씨는 “당시 사고차량에 동승하고 있었다”며 “2차로를 따라 직진하고 있었는데 뒤따라 오던 상대방 차량이 갑자기 조수석 뒷문을 들이받았다”고 허위로 진술했다. 재판부는 “결혼을 약속한 동거남을 위해 위증을 했지만 형벌권 행사를 저해한 범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법원이 법정에서 허위로 진술하는 위증죄에 대해 엄격한 처벌을 내리고 있다. 그 동안 위증죄에 대해서는 정식재판에 회부하지 않고 약식기소를 하거나 정식재판이 청구돼도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로 가볍게 처벌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실형선고에 법정구속이 줄을 잇고 있다. 2005년까지만 해도 위증혐의로 기소된 경우 실형비율이 5%내외였지만 2006년 12%로 급상승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203명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위증을 엄벌하는 경향은 법원이 추진하고 있는 공판중심주의 강화와 맞닿아 있다. 수사기관의 진술조서에 의존하던 재판관행에서 벗어나 재판정에서 실체적 진실을 가린다는 공판중심주의에서는 재판정의 진술이 그만큼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공판중심의 형사사법 절차에서 증인의 진실한 증언은 진실발견에 있어 가장 핵심적 요소“라며 “증인의 자유로운 증언은 보장하되 위증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한다는 게 법원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 위증에 대한 위법의식이 희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형사정책연구원이 2006년 위증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325명을 표본조사한 결과, ‘지인의 청탁을 거절하지 못해서’ ‘친한 사람을 위해 자발적으로’ 위증을 했다는 경우가 각각 25.8%와 24%였다. 절반 이상이 아는 사람과의 인간관계 때문에 위증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연구원 박미숙 연구위원은 “자신이 거짓말로 동료나 친구를 구한다는 점에서 위증을 의리를 지키는 것으로 보는 등 별다른 위법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위증죄를 더욱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외국 각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사법방해죄를 적극 도입하는 한편 위증죄의 법정형(징역5년 이하 또는 1,000만원 벌금)을 적어도 무고죄(징역10년 이하 또는 1,500만원 벌금) 정도로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물론 “악의적인 위증은 엄벌해야 겠지만 근본적으로는 법정에서의 증언을 가볍게 보지 않도록 국민 법 의식 향상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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