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설] 문화재 발굴기간만 줄어들면 안 된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설] 문화재 발굴기간만 줄어들면 안 된다

입력
2008.05.02 00:26
0 0

그저께 충남 당진에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났다. 중장비 부품제조업체가 공장 완공이 늦어진다며 문화재 발굴현장을 굴착기로 파헤쳐 고려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석곽묘 4기가 파괴됐다. 이날부터 본격 발굴조사를 하던 충남 역사문화연구원측이 중요한 문화재라고 설명해도 막무가내였다고 한다. 업체측은 조사자들을 몰아내고 카메라 등 조사장비까지 빼앗았다.

업체 대표는 “별 가치도 없는 돌멩이 3, 4개를 가지고 일을 자꾸 지연시켜 파 보니 유물이 나오지 않았다”며 “나도 목숨 걸고 빚 얻어 사업을 한다. 문제가 되면 처벌 받겠다”고 말했다 한다. 문화재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낮고, 현실과의 괴리가 얼마나 큰지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미국 업체와 맺은 수출계약 때문에 새로 마련한 부지에 10월까지 공장을 완공해야 하는 다급한 입장도 이해할 수 있다. 발굴비용까지 고스란히 부담해야 하는 처지에서는 화가 날 만도 하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민족의 유산인 문화재를 함부로 파괴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개발논리로 문화재를 훼손한 것이 처음도 아니다. 2000년 서울 풍납토성 경당지구에서도 아파트 재건축이 늦어진다고 조합원들이 초기 백제 유적현장을 갈아 엎었다. 문화재의 소중함을 잘 알아 시간이 아무리 걸리고 비용이 들더라도 발굴 현장을 철저히 보존하는 데 협조하는 프랑스 이탈리아 국민들의 자세와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이런 일이 벌어진 데는 정부 책임도 있다. 인력이 부족하고 절차가 복잡해 발굴이 한없이 지연되는 일이 허다하다. 이번 사건도 지표조사가 끝나고 20일 이상 발굴조사를 하지 않아서 생긴 일이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는 조속한 공장 건립을 위해 문화재발굴 처리기간을 140일에서 40일로 단축하고, 행정절차를 간소화하며, 심의도 월 1회에서 수시로 바꾸기로 했다. 문화재를 소홀히 하라는 의미는 당연히 아닐 것이다.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효율적이고 철저한 발굴을 지향해야 한다.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