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여년간 도입되었던 신규 미디어들이 한결 같이 시장 안착에 실패한 것은 새삼 거론조차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 이유 또한 입장에 따라 혹은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러한 실패가 반복되는데도 불구하고 정책적 개선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때문에 신규방송사업자에게 절대 불리하게 되어 있는 현행 방송법체계로는 어떤 신규 사업도 성공할 수 없다는 인식이 전혀 틀리다고 할 수도 없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통신 사업자들이 추진해 온 IPTV(초고속인터넷을 이용한 TV방송)는 별도 법을 통한 시장진입을 시도하였고, 그 결과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IPTV법)이 제정된 것이다.
이른바 '방송도 통신도 아닌 제3의 서비스'라는 명분으로 방송법이라는 구조적 진입장벽을 우회하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기존 방송 사업자들의 전략적 진입장벽에 의해 처절하게 실패했던 디지털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나 위송DMB TU미디어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수긍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IPTV법은 지나치게 많은 것을 한꺼번에 해결하려고 하는 본질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융합형 서비스라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방송 서비스를 축으로 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별도 법을 제정한 것 자체가 한계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 법을 통해 그간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 해왔던 '핵폭탄'급 정책들을 무더기로 해결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상파방송 재전송, 프로그램접근규정(program access rule), 보편적 프로그램 접근(universal access rule) 등 사안 하나하나가 큰 쟁점이 될 수 있는 정책들을 단 한 개의 법 조항으로 해결하고자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들이 기존 방송 사업자들이 신규 사업자들을 압박했던 전략적 진입 장벽들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사업자들의 이해갈등, 과잉규제로 인한 시장위축효과 등의 문제로 법제화가 결코 쉽지 않았던 것들이다.
나아가 이처럼 가볍지 않은 정책 사안들을 모든 방송사업자에게 과감하게 확대 적용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법 규정만 놓고 보면, IPTV 만을 규율대상으로 하는 이 법으로 케이블TV사업자나 지상파방송사업자까지 모두 규율할 수는 없다. 더구나 시행령 한 조항을 통해 이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는 것도 잘못된 일이다.
물론 지상파방송사, 케이블TV 등 이른바 방송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사업자들에게 문제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 이를 규제하기 위한 법제도가 미흡한 것도 사실이다.
또한 옛 방송위원회와 달리 신규 매체를 성공적으로 방송시장에 안착시켜야 하겠다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입장이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목표에 집착하는 정책은 반드시 실패하게 되어 있다. 어쩌면 목표달성보다 정책결정과 추진과정에서의 합리성과 공감대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의 제도와 정책이 불합리하다고 하여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는 '전격전(britzkrieg)' 같은 정책은 있지도 않고 있어서도 안 될 것이다.
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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