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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화가와 모델

입력
2008.04.30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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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헌 / 예담

1883년 4월 30일 인상주의의 대부로 불리는 프랑스 화가 에두아르 마네가 51세로 사망했다. “문자 그대로 현대적인 회화가 태어났다고 말할 때 그 현대 회화는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마네에서 시작되었다.” 프랑스의 작가ㆍ철학자인 조르주 바타유의 말이라고 한다. 마네에 의해 서양화가 신화의 시대에서 현실의 시대로 넘어갔다는 이야기겠다.

마네가 현실을 그린 건 여인의 몸을 통해서다. 근대 서양미술사의 시끌벅적한 스캔들로 꼽히는 두 작품 ‘풀밭 위의 점심식사’와 ‘올랭피아’가 그것이다. ‘풀밭 위의 점심식사’는 살롱전에서 떨어진 작품들을 모아 전시한 1863년의 낙선전에 걸려, 외설 시비 때문에 오히려 살롱전 입선작들보다 훨씬 유명해진 그림이다. 성장한 남자들 사이에 벌거벗은 여인이 무릎을 세우고 비스듬히 앉아 눈은 정면으로 그림의 관객을 응시하고 있다.

그림을 보는 자신을 도발적으로 쳐다보는 이 여인을 보고 관객들은 “우리가 이 창부의 고객인가?”라며 마네를 비난했다. ‘올랭피아’에서는 창부임이 분명해 보이는 나부가 역시 관객을 쏘아보는 듯한 시선으로, 흑인 하녀 곁에서 침대에 누워 있다. 둘 다 그 표현기법의 참신성으로 마네가 모네, 피사로 등 청년 화가들에게 인상파의 길을 열어준 작품으로 꼽히지만, 당시 이 그림들은 ‘걸레’라는 비난과 조소를 받았다. 고전미술에서 천상의 몸이어야만 했던 여인의 누드를 지상으로 끌어내려, 있는 그대로, 그 시대의 이미지로 그린 것이 바로 마네의 혁신성이었다.

‘풀밭 위의 점심식사’와 ‘올랭피아’의 두 모델이 같은 여인이라는 건 미술평론가 이주헌(47)의 책 <화가와 모델> (2003)을 보고 알았다. 1860, 70년대 마네 그림의 단골 모델이었던 그 여인 빅토린 뫼랑(1844~1927)은 ‘세속적인 비너스’였던 셈이다. <화가와 모델> 은 마네와 빅토린 등 25쌍의 화가와 모델에 얽힌 일화로 쓴, 사람 냄새 나는 서양 근대미술사다. 이주헌의 글은 늘 흥미롭고도 깊이있게 미술 보는 눈을 틔워준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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