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18대 총선 공천심사위는 '밀지(密旨) 공천' 논란에 휩싸였었다. 낙천자들을 중심으로 "일부 공심위원이 공심위 바깥 정권 실세의 지령을 받아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공천을 좌지우지한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공심위에 참여했던 한 공심위원은 29일 기자들을 만나 이런 소문에 대해 "공심위가 눈에 보이지 않는 '시스템'에 의해 움직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심위원 중 세 명이 한 조가 돼 똑 같은 목소리를 냈고, 다른 위원들이 이의를 제기해도 어떻게 할 수 없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세 명이 미는 후보들이 있었다.
한 명이 특정 후보를 들고 나오면 나머지 두 명이 동조하는 식이었다"면서 그 배후에 대해선 "모르겠다"고 입을 닫았다. 이 공심위원은 "문제가 됐던 서울지역 모 여성 후보의 경우 한 공심위원이 개인적 불호(不好) 때문에 반대하는 것처럼 보였다"고도 했다.
안강민 공심위원장은 공천 초반 "공천 기조는 화합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이 공심위원은 말했다.
친이명박계의 대표적 중진인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이 왜 낙천했는지에 대해선 아직도 설이 분분하다. 이 공심위원은 "청와대에선 박 전 부의장과의 신의 등 때문에 공천을 주려 했는데 안 위원장이 워낙 완강하게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안 위원장은 영남권 심사가 시작되기 사흘 전부터 "박 전 부의장은 안 된다. 공천 주면 큰일 난다"고 바람을 잡았다고 한다. 이방호 당시 사무총장 등 일부 공심위원들은 "국회의장 할 사람을 날리면 되냐. 의장 할 사람이 없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안 위원장은 "재선 의원이 의장을 하면 안 되느냐"고 일축할 정도로 강경했다고 한다.
이 공심위원은 "박 전 부의장이 이런 분위기를 알고 움직였다. 그래서 공천을 받는 것으로 정리가 된 줄 알았는데 막판에 다시 뒤집혔다"고 했다.
그는 "박 전 부의장을 떨어뜨리고 나니 친박근혜계 좌장인 김무성 의원도 낙천시켜야 한다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면서 "그래서 친박계 공심위원이 위원장실을 점거하는 등 저항했지만 허사였다"고 말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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