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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문학가 권정생 1주기 추모 서적 잇달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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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문학가 권정생 1주기 추모 서적 잇달아 출간

입력
2008.04.30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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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실언니> <강아지 똥> 의 작가 고 권정생(1937~2007)의 1주기(5월17일)를 맞아 그를 추모하는 유작동화, 평론집, 산문집, 소설형식의 평전 등 다양한 책들이 선보이고 있다.

<랑랑별 때때롱> (보리)은 2005년 12월부터 2007년 5월까지 어린이잡지 ‘개똥이네 놀이터’에 연재했던 그의 유작 동화다. 농촌에 사는 초등학생 형제 새달이와 마달이가 먼 행성 랑랑별에 사는 또래형제 때때롱과 매매롱에게 이끌려 우주여행과 과거여행을 하게 되고 그곳에서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인간과 기계만이 존재하는 세계를 접한 뒤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는 줄거리다.

생태주의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보여주는 SF동화로 그는 머리말에서 “이 세상의 모든 생명들은 수십억년 동안 저마다 조금씩 조금씩 노력하고 애써서 오늘날과 같은 풍요로운 세상이 된 것입니다. 사람이 마음대로 생명의 질서를 깨뜨린다면 앞으로 큰 재앙이 닥칠 것입니다”라고 썼다.

산문집 <우리들의 하느님> (녹색평론)은 1996년 나왔던 고인의 산문모음집으로 그 이후 ‘녹색평론’에 실렸던 글과 추모글 두 편을 더해 다시 나왔다. 권력있는 자들에 대한 생래적인 위화감, 반공주의에 대한 혐오와 평화주의에 대한 갈망, 자본주의적 삶의 방식에 대한 저항으로서 무욕ㆍ절제ㆍ가난한 삶의 추구, 한국기독교의 물량주의와 제국주의와 결탁한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에 대한 비판 등 권정생이 평생 실천하고 사유했던 삶의 철학을 엿보게 한다.

그의 타계후 지인들을 만나 취재해 쓴 이계삼 경남 밀성고교사와 김용락 시인의 추모글도 큰 울림을 준다. 권정생은 만년에 90여권의 작품집에서 나오는 인세가 연 1억원에 육박할 정도였지만 막상 그는 5평 짜리 흙담집에서 스스로 밥을 짓고 빨래를 하며 살았다.

그러나 그는 이웃들에게 딱한 사정이 생기면 적게는 10만원씩을 준 것부터, 서울 청량리의 성매매여성과 앵벌이 같은 불우한 어린이들의 쉼터를 위해 이름을 밝히지 않고 수천만원씩 내놓곤 했다. 그는 “제 예금통장 정리되면 나머지는 북쪽 굶주리는 아이들에게 보내주세요. 제발 그만 싸우고, 그만 미워하고 따뜻하게 통일이 되어 함께 살도록 해주십시오”라며 10억이 넘는 인세 수입을 북한 어린이들 돕기에 써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다음달 2일 출간되는 <권정생의 삶과 문학> (창작과 비평)은 본격적인 권정생 문학연구서다. 선안나, 이재복 등 문학평론가들이 그의 작품을 기독교, 생태주의, 페미니즘 등의 시각으로 분석한 평론 15편과 신경림, 권오삼 등의 시 5편, 권정생이 40대에 쓴 자서(自敍)기록인 ‘오물덩이처럼 딩굴면서’(1976), 아동문학평론가 원종찬의 권정생 인터뷰 등 고인의 삶과 문학에 대한 이해와 연구의 길잡이가 될 수 있는 글 27편을 모았다.

이밖에도 시인겸 소설가 이원준의 청소년전기 <권정생> (작은씨앗)과 권정생 추모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김용락 시인이 권정생, 전우익, 이오덕, 백낙청, 염무웅, 김종철, 임은영 등의 대담 내용을 엮은 <나의 스승 시대의> (솔 과학)도 최근 선보였다.

한편 1주기 추모행사는 다음달 17일 고인이 다니던 경북 안동시 일직면 조탑리교회에서 지인과 동료문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릴 예정이다. 고인의 유언 집행을 맡은 3명 중 한 명인 최완택 민들레 교회 목사는 “지난해부터 추진돼온 권정생 어린이재단은 1주기 전후로 재단등록 등의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종철 녹색평론 주간은 “권정생은 뛰어난 아동문학가임에 틀림없지만, 단순히 아동문학가라고 해서는 그 본질을 드러낼 수 없는 문인이자, 사상가”라며 “소박하고 가난한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는 삶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한데서 사상의 깊이와 위대성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이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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