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뱅킹·ATM… '창구 외 금융거래' 80% 육박
‘점포 없는 인터넷은행’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잘하면 새로운 금융트렌드가 될 것 같은데, 함정도 많아 논란이 예상된다.
29일 금융계에 따르면 인터넷뱅킹, 자동화기기(CD/ATM) 등을 통한 창구외 금융거래가 전체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커지면서, 무점포 인터넷 은행 설립을 검토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기존 은행들 중에도 인터넷 전용은행과 비슷한 성격인 ‘다이렉트 뱅킹’ 서비스를 통해 고객과 예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인터넷 은행이란 여ㆍ수신과 지급결제 등 기존 은행업무를 취급하되, 지점을 두지 않고 창구외 금융거래 기법으로만 운영하는 은행이다. 일종의 가상ㆍ무형은행인 셈. 점포운영비용이 들지 않아 기존 은행보다 수수료나 금리를 대폭 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인터넷 은행 방식에 가장 근접한 상품은 HSBC의 ‘HSBC 다이렉트 저축예금’이다. 점포 대신 인터넷 뱅킹이나 콜센터를 이용하면서 5%의 고금리를 제공한다. 출시 1년만에 HSBC 한국지점의 전체 개인수신잔액이 2배로 증가하고 고객수도 3배나 증가했다.
시중은행에 비해 지점수가 적어 수신기반이 얕은 산업은행도 다이렉트 뱅킹 방식의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인 ‘kdb 다이렉트예금’(가칭)을 출시한다는 방침 아래, 시장조사를 진행중이다. 산업은행은 비용이 덜 드는 만큼 연 4~5%의 비교적 높은 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2금융권도 인터넷 은행 설립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온라인증권사인 키움증권 김봉수 사장은 최근 “인터넷 전문 증권사의 노하우를 살려 인터넷 은행에 진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이 경우 은행수수료의 10%밖에 안되는 낮은 수수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카드업계는 공동으로 인터넷 은행 설립을 검토중이다. 가장 큰 장점은 은행공동망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 현재 은행 자동화기기로 현금서비스를 받을 경우 제휴카드사 고객만 이용할 수 있는데, 이는 비은행 금융회사에 은행공동망을 개방하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전문 솔루션 등을 취급하는 정보기술(IT) 업체들도 인터넷 은행 설립을 고려중이다. 전자어음과 전자세금계산서 등을 취급하는 스타뱅크는 63만개 고객사와 금융 전문노하우를 바탕으로 인터넷 은행을 시작하면 성공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과 무관한 업체들도 지급결제 등을 담당하는 인터넷 은행을 설립할 경우, 상당한 수준의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고 보고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은행 설립은 그리 간단해보이지 않는다. 우선 점포 인력이 없기 때문에 계좌개설시 본인여부를 직접 확인할 수 없고, 이 경우 금융실명제에 저촉된다. 업계는 “계좌 개설시 대면확인을 원칙으로 하는 금융실명제법을 개정해 공인인증서로 대체하면 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이렇게 되면 속칭 ‘대포통장’(제3자 명의통장. 주로 노숙자 등의 명의를 빌려 통장을 개설한 뒤 사기 범죄 등에 악용되는 통장)이나 공인인증서 불법거래 등 막대한 부작용이 우려된다.
또 아무리 금산분리원칙을 완화한다 해도 중소기업 벤처기업에 까지 은행허가를 주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금융위원회는 현재 인터넷 은행과 관련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설립요건과 관련 법규 등의 문제에 대해 논의중이다. 현재 은행을 설립하려면 자본금이 1,000억원이 되어야 하지만 이 기준을 100억원 수준으로 완화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상반기 내에 개략적인 초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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