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에 따라 원어민 영어보조교사가 크게 늘어나게 됐지만 곳곳이 암초다. 보조교사 체류 자격 기준이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국민’에서 ‘영어 공용어 국가의 국민’으로 확대되는 바람에 당장 검증에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영어권 국가 출신 보조교사 검증도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필리핀 인도 등 영어 공용어 나라 교사 검증은 더욱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사실 ‘영어 공교육 강화’를 국정 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새 정부에 교사 수급 문제는 최대 골칫거리다. 특히 지난해 12월 새로운 ‘원어민회화지도 사증(E-2)’제도가 도입되면서 구인난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원어민 강사들의 마약 복용이나 성범죄, 허위 학력 등 잡음이 끊이지 않자 법무부가 비자 발급 요건을 대폭 강화해 ‘범죄경력증명서’와 ‘건강진단서’ 제출을 의무화한 탓이다.
정부는 채용 기준을 완화해 높은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는 우수 인력이 대거 유입되면 영어교육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영어 공용어 국가 출신 채용에 앞서 해외동포 대학생을 활용한 교사 충원 계획도 내놓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문제는 공급 확대에 초점을 맞춘 정부 방안의 실효성 여부다. 교육 당국은 기본적인 자격 심사만 담당할 뿐, 채용 과정과 수업의 질을 검증할 수 있는 관리 및 감독 체계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원어민 영어보조교사 사업이 2004년 시ㆍ도교육청으로 이관된 이후 원어민 교사 채용은 사실상 단위 학교의 몫이다. 하지만 개별 학교의 경우 교사 채용에 관한 노하우가 부족해 전문 알선 업체에서 소개받은 외국인을 서류 심사와 간단한 인터뷰만 거친 뒤 현장에 투입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원자가 엉터리 성적증명서나 학위를 제출해도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국 시ㆍ도교육감들이 이달 초 교육과학기술부에 원어민 보조교사의 모집 및 관리, 재교육 등을 전담하는 정부 차원의 부서 확충을 요구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원어민 보조교사 증원 못지 않게 검증 등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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