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화장장 문제로 대립했던 경기도와 하남시가 김문수 지사와 김황식 시장의 합의로 사태를 봉합했다지만 근본적 문제해결에는 한 발짝도 다가가지 못했다. 하남시는 화장장 설립을 ‘없었던 일’로 하고, 경기도는 ‘하남시 특별 지원’에 합의했다. 지사는 명분을 얻었고, 시장은 실리를 챙겼다 한다. 두 사람이 환하게 악수하는 모습은 언뜻 윈윈(Win-Win)처럼 보인다. 하지만 시계바늘만 거꾸로 돌린 그들만의 화해일 뿐이다.
원천적인 의문은, 그러면 수도권의 광역화장장은 어떻게 되느냐이다. 김 시장이 두 차례의 주민소환 과정을 겪고, 도의 지원약속 번복에 격렬히 항의하면서도 여론의 지지를 잃지 않은 것은 그만큼 절실한 필요에 따른 명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합의를 보면 사안의 본질인 화장장 문제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나 언급은커녕 ‘2년 전으로 돌려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자’는 것이니 하남 시민과 수도권 주민들 모두가 농락 당한 결과이다.
대학을 유치하고 교통 및 물류시설을 특별 지원한다는 경기도의 약속에 대한 하남 시민들의 신뢰와 기대도 별로 크지 않다. 도의 약속은 대부분이 광역화장장을 짓기로 했을 경우의 것들로서, 경기도 전체를 위해 하남시가 혐오시설을 안는 데 대한 반대급부로 제시됐던 내용이다. 그런데 거꾸로 혐오시설을 짓지 않는 대가로 그러한 특혜를 준다는 것이니 하남 시민들이 정치적 제스처 이상으로 여기지 않음은 물론, 설사 그렇게 된다면 도 내 다른 지자체와의 형평성 문제는 어찌할 것인가. 바람직하지 못한 대표적 선례가 될 것이 뻔하다.
하남시는 우선 이번 경기도와의 합의에 대한 주민들의 믿음을 얻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구체적 계획과 뚜렷한 담보를 제시하지 못할 경우 시장은 종전보다 엄한 주민소환을 겪을 수 있다. 경기도는 수도권 화장장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개정된 장사법(葬事法)이 기초 지자체에 문제를 일임하고 있다는 경기도의 주장이 잘못됐음은 보건복지부가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시의 문제는 도로 옮겨간 셈이다. 그 해법은 경기도가 찾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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