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한사코 손사래를 쳤다. “실컷 애들만 고생시켜놓고 감독 인터뷰가 말이 됩니까. 선수들 기사 써주세요. 부탁입니다”라고 연신 부탁을 했다. 공식적인 인터뷰 자리에서 하는 ‘입 발린’ 소리가 아니었다. 개인적인 대화 중에도 언제나 버릇처럼 튀어 나오는, 진심으로 선수들을 위하는 ‘인간’ 전창진(45)의 진짜 속내였다.
2001년 12월27일 원주 삼보(현 동부) 감독 자리에 올라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를 합쳐 통산 241승을 거둔 명감독. 자신이 감독을 맡은 일곱 시즌 중 4번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해 3차례 우승컵을 들어올린 전창진 감독.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명장의 반열에 오른 전창진의 진짜 힘은 사람을 아끼는 ‘배려’와 ‘인화’다.
‘덕장’ 전창진이 써내려 간 감동 드라마 3부작
올시즌 동부의 우승을 김주성(29)의 공으로만 돌리는 시선들에 대해 전 감독은 조심스레 한마디를 던진다. “밤낮없이 훈련하고 눈물겹게 같이 고생한 다른 선수들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합니다.”
전 감독은 올시즌 ‘우승’이라는 결실을 맺어내는 과정에서 3편의 감동 드라마를 완성했다. 만년후보에서 정상급 포인트가드로 우뚝 선 표명일(33)과 은퇴 위기에서 화려하게 부활한 강대협(31), 신인의 핸디캡을 딛고 당당히 주전을 꿰찬 이광재(24)가 그 주인공.
전 감독은 “명일이는 우리 팀에 와서 저를 구해준 겁니다. 명일이가 없었다면 이 모든 결과도 없었을 거에요”라고 말한다. 그는 또 “대협이가 처음 팀에 왔을 때 운동하는 걸 보면 눈물이 날 정도였습니다. 저렇게 잘 되서 정말 다행이죠”라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이광재에 대해서는 “(양)경민이의 빈 자리를 정말 잘 메워 줬습니다. 큰 선수로 키워볼 겁니다”라는 전 감독. 그에게 선수들은 아들이자 형제나 다름 없다.
‘인간’ 전창진의 끈끈한 리더십
전창진 감독은 자밀 왓킨스, 레지 오코사 등 용병을 뽑는 혜안이 탁월하다. 그러나 전 감독은 주저 없이 모든 공을 동부의 해외업무 담당 류동혁 대리에게 돌린다. 구단의 막내 직원에 불과한 류 대리에 대한 전 감독의 애정은 유명하다.
코치 시절부터 자신의 밑에서 통역을 맡아준 류 대리를 구단의 정식 직원으로 추천한 것도, 업무에 비해 연봉이 너무 적다며 인상을 건의한 것도 전 감독이었다. 구단 직원들의 가정 대소사까지 챙기는 따뜻한 감독. 구단 주무부터 지원프런트의 홍보, 운영 업무까지 두루 경험한 ‘인간’ 전창진의 진짜 힘이다.
힘든 일을 겪으며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질 뻔한 양경민(36)을 기어이 다시 일으켜 세운 전 감독은 “경민이가 잘돼야 합니다”라고 입버릇처럼 되 뇌인다. 자신과 인연을 맺은 사람들에게는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을 주고 마는 전 감독은 그래서 유난히 ‘형님’ ‘아우’들이 많다.
그래서 전 감독은 이번 챔피언결정전을 통해 감정의 골이 깊어진 삼성 안준호 감독을 생각하면 더욱 마음이 아프다. “형님하고 잘 풀어야죠. 앞으로 계속 뵈어야 하는 분인데 예전처럼 다시 편한 사이로 돌아가야 합니다.”
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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