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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기아의 신경제학' 분석…"식량수급 세계화와 딴흐름, 파동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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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기아의 신경제학' 분석…"식량수급 세계화와 딴흐름, 파동 불렀다"

입력
2008.04.29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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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식량파동은 물자의 자유로운 이동을 근간으로 하는 세계화 시스템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도하 라운드’로 알려진 농업시장 개방이 세계 농산물 시장의 수급을 왜곡해 오히려 식량 위기를 가속화한다는 비판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27일 ‘기아의 신경제학’이라는 기사에서 식량은 TV나 냉장고와 달리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다양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식량의 세계화’로 상징되는 인간의 실수가 위기를 더 증폭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는 수급 차질에 대한 대비책으로 재고를 늘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시장의 효율성,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이 방식은 고전적인 것이 돼버렸다. 그 결과 곡물 재고량이 급감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세계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식량도 컴퓨터나 평면 TV처럼 세계 어디서나 비슷한 가격으로 살수 있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보조금을 지급하고 수입을 제한하는 등 갖가지 반시장적 조치가 남발했다. 여기에는 개도국이나 선진국이나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세계화를 주창하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이 자국 농업 보호를 들어 주도적으로 식량의 국제화를 가로막았다. 결과적으로 재고량은 줄었는데, 자유로운 유통은 방해받다보니 곡물의 수급 파동을 피할 수 없었다.

선물거래 중개업체인 ‘MF 글로벌’의 리처드 펠츠 수석부사장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식량의 국제거래는 다른 품목과 같은 자유화의 길을 걷지 않았다”며 “식량 시장을 통합하려는 시도는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공산품과 달리 식량은 생존의 필수품인데 여기에 똑같이 시장의 논리를 적용하고 투기자본의 세력에 노출시킨다는 것이 애초부터 문제였다는 시각도 제기됐다. 유럽 내 대표적인 농업보조금 국가인 프랑스의 미셸 바르니에 농업장관은 지난주 유럽연합(EU) 관리들에게 “국민의 배를 채우는 문제를 시장의 법칙에 맡길 수 없다”고 말했다.

곡물가 폭등의 원인은 작물별로 다양하다. 그러나 최근의 식량 위기는 여러 종류의 곡물 수급이 전례 없이 엉켜있다는 데서 비롯된다. 밀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받아 호주에서 수년간 계속된 가뭄이 일차적인 요인이다. 그러나 바이오연료 광풍이 몰아닥치자 미국의 농민들이 밀 대신 고소득이 예상되는 옥수수로 작물을 대체한 것이 더 치명적이었다. 인간이 먹기 위한 식량이 아닌 에탄올의 연료로서의 옥수수는 밀의 생산량만 줄이는 결과를 낳았다.

아이오와 주립대학의 브루스 뱁콕 교수는 “에탄올이 없었다면 지금의 가격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렇잖아도 공급이 빠듯한데 에탄올이라는 새로운 수요까지 겹쳐 곡물 가격은 더 올라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곡물가 파동이 식량ㆍ안보 위기로까지 치달을 조짐을 보이자 각국은 자국 시장을 지키기 위해 이전투구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아르헨티나 태국 우크라이나 등 곡물 수출국은 빗장을 걸어 잠그기에 바쁘고, 일본 한국 필리핀 대만 등 대표적인 수입국들은 가격 불문하고 닥치는 대로 식량을 사들이지 못해 아우성이다. 유전자변형작물(GMO)에 강한 혐오감을 갖고 있는 일본은 여론의 비판을 감수하고 처음으로 GMO 작물을 수입하고 있다.

현재의 식량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대답은 마땅히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복잡하고 다양한 얼굴을 갖고 있는 곡물에 대한 인식부족, 국제시장의 통일된 목소리 부재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다는 데는 이론이 없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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