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충무로의 대표영화사 싸이더스FNH는 5억원 규모의 저예산 영화 10편을 만들기로 내부방침을 세웠다. 명분은 인재 발굴과 대작 연출을 위한 능력 검증. 그러나 영화인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KT가 자회사인 싸이더스FNH를 통해 IPTV(초고속 인터넷망을 이용한 TV방송) 등 다양한 윈도를 채울 콘텐츠 생산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영화인은 “충무로 최대 영화사가 KT 콘텐츠 생산의 하청 공장으로 전락한 거나 진배없다”고 비판했다.
한 때 전국에 2,000개 정도 되던 음반 소매점은 현재 300개도 남지 않았다. 음반업계에서는 이동통신사가 운영하는 온라인음악서비스의 저렴한 다운로드 상품이 음반산업을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한다. 한 음반 제조업자는 “한 달에 5,000원만 내면 합법적으로 모든 곡을 다운로드 할 수 있는 상품이 말이 되느냐”며 “이통사와 정부가 만들어낸 ‘덤핑’ 가격으로 음악을 팔아대 기존 음악유통망이 다 망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음반시장에 이어 영화, 드라마 등 대중문화시장이 극심한 불황에 허덕이는 데는 거대 통신자본의 유입과 불법다운로드로 인한 ‘유통구조의 왜곡’이 자리잡고 있다. *관련기사 3면
특히 이동통신회사 중심의 시장이 자리잡으면서 10년 만에 거의 5분의 1토막으로 줄어든 음반산업에 이어, KT 등 대형 통신자본이 제작사 지분을 지배하고 판권을 소유하는 흐름이 뚜렷해진 영화산업에도 시장질서 왜곡으로 인한 쇠락 조짐이 목격되고 있다.
심재명 MK픽처스 대표는 “대기업 자본에 이어 통신사들도 영화 판권 확보에 더 신경 쓰는 형국”이라며 “특히 통신사가 자신들이 소유한 IPTV 등 여러 채널의 이익만을 도모하면 제작사들이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형 자본의 특성상 상업성에 치우친 나머지 작품의 질이 떨어지고 다양성이 확보되지 못해 장기적으로 대중문화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김현정 영화진흥위원회 연구원은 “얼마 전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세미나는 콘텐츠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한 방안 모색보다는 사업자 중심 논의에 머물러 마치 정부기관의 세미나 같았다”고 꼬집었다.
이미 2003년 통신사가 주도하는 디지털음원시장의 매출액(1,850억원)이 음반시장(1,833억원)을 역전하면서 제품의 가격을 창작자가 아닌 통신사가 주도해 정하는 기형적인 시장이 굳어진 음악업계의 몸살도 더욱 심해지고 있다.
한 가수는 “통신사가 주도하는 시장이 굳어지면서 CD판매를 위한 정규앨범용 음악 창작보다 음원판매에 적합한 싱글용 음악 창작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결국 귀에 듣기 편한 쉬운 음악에 소비자들이 길들여지고, 창작자들은 쉽게 돈을 벌기 위해 예술적이며 고차원의 음악을 배척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말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