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심(金心)은 어디에 있을까. 한진가(家)와 한화가(家)의 대결로 관심을 모은 제일화재 인수전이 두 번째 고비를 맞고 있다. 특히 한화 김승연 회장의 누나이자 제일화재 최대주주인 김영혜 이사회 의장의 마음이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를 두고 양 재벌이 애를 태우는 형국이다.
메리츠화재(한진가 소속)는 28일 기존보다 두배 가량 높은 인수가를 제시하고, 김영혜 의장에게 다시 인수 제안서를 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수가격으로 ▦김 의장이 기존부터 보유하던 20.68%는 경영권프리미엄을 얹어 주당 3만원 ▦김 의장과 특수관계인이 추가 취득한 지분에 대해서는 주당 2만원으로 최종 제시할 예정이다. 이는 메리츠화재가 처음 제시한 ‘주당 1만5,525원’의 두 배 수준으로, 김 의장의 기존 지분(553만7,245주)으로 따지자면 1,661억여원에 해당한다.
한화그룹은 이에 대해 “제일화재를 인수해 한화손해보험과 통합하겠다는 방안은 김 의장과 이미 구두합의가 끝난 사항”이라며 “김 의장측이 한화그룹에 도움을 요청했었고 높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재빠르게 제일화재 지분을 늘린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는 지난 주 계열사를 동원해 주당 2만원까지 뛰었던 제일화재 지분을 매집했다. 애초 7,000원대였던 제일화재 지분은 메리츠화재가 제일화재 M&A를 선언한 18일 이후 대폭 뛰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화가 출혈을 감안하고 매집에 나선 것은 김 의장과 이미 합의가 끝났기 때문이라는 것.
하지만 한화측의 주장과 달리, 김 의장의 마음은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 의장은 메리츠화재가 제시한 기존 인수가격에 대해 지난 24일 “그 가격으로는 응할 수 없다”며 “제일화재의 회사가치를 다시 평가하여 달라”는 답변을 보냈다.
이후 메리츠화재와 김 의장은 물밑협상에 들어갔고, 인수가액을 좁혔다. “정식으로 서면제안을 해 달라”는 김 의장의 요청에 따라 메리츠화재는 인수가액을 서면으로 다시 제시했고, 김 의장은 늦어도 27일까지 입장을 정하기로 했지만 아직 답이 없는 상태다. 이에 따라 메리츠화재는 30일로 최종시한을 다시 정해 통보키로 한 것이다.
김 의장은 인수가격 뿐아니라 여러 옵션 사항에 대해서도 문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최종 저울질을 하고 있는 상태로 보인다.
메리츠화재는 김 의장이 이번에 다시 거부한다고 해도, 공개 매집을 통해 M&A를 계속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메리츠화재 원명수 부회장은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움직여도 시간을 두고서라도 인수를 마무리하겠다”며 “한화가 공개매수로 나와 높은 가격으로 나서도 감정적으로는 대응하지 않고 인수를 끝낼 전략이 있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 의장이 메리츠화재의 제안을 최종적으로 거부할 경우, 김 의장 지분을 합쳐 이미 34%가량의 지분을 확보한 한화측을 공개매집을 통해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화측은 “김 의장 지분을 합쳐 51%가 될 때까지 지분을 계속 매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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