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파키스탄의 대 테러 동맹 전선이 흔들리고 있다. 미 대 테러전의 핵심 동맹국인 파키스탄 정부가 미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친 탈레반 무장단체와의 평화협정 체결을 눈 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9ㆍ11 이후 미국의 대테러 전쟁을 앞장서 지원하던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의 권력 장악력이 약해지면서 파키스탄의 새 정부가 미국에게 눈엣가시 같은 이슬람 테러 세력과 타협을 시도하고 있는 데 따른 결과이다.
뉴욕타임스는 파키스탄 정부와 파키스탄 북부 이슬람 무장세력의 평화 협상이 막바지에 달했다고 25일 전했다. 뉴욕타임스가 공개한 평화협정문 초안에 따르면 파키스탄 정부는 무장단체 수감자를 석방하고 북부 지역에서 군대를 단계적으로 철수하는 대신, 무장단체는 정부에 대한 공격을 중지하고 지방 정부에 협조키로 했다.
최근 파키스탄 정부가 친 탈레반 단체의 핵심 지도자를 전격 석방했고 북부 이슬람 무장단체의 최고사령관인 바이툴라 메수드는 각 지역 부하들에게 대 정부 공격 중단 명령을 내려 양측의 협상이 무르익는 분위기였다.
양측이 평화협상을 최종 체결하면 비상사태 선포,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의 암살 등 1년여간 내전에 가까워던 파키스탄의 혼란이 진정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미국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상황을 맞게 된다. 파키스탄 북부 이슬람 무장세력은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반군을 지원하는 무기 및 자금줄이자 알 카에다 등의 테러리스트 양성소로 지목돼왔다.
파키스탄 정부가 북부 무장 세력과의 전쟁에 손을 떼면 미국의 아프간전까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미국이 그간 숱한 비난에도 불구하고 무샤라프 대통령을 지원해왔던 것도 무샤라프의 확고한 테러 진압 의지 때문이었다.
데이너 페리노 미 백악관 대변인은 “협정을 맺어도 지켜지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이런 종류의 접근 방식을 우려해왔다”며 “(협정이) 테러리스트와의 전쟁 수행을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예전에도 평화협정이 체결됐지만, 반군이 시간을 벌어 테러리스트를 키우고 강화하는 결과만 낳았다는 불만이다.
미국의 더 큰 골칫거리는 무샤라프 집권 세력을 누르고 새로 출범한 신정부 자체의 성향이다. 친미 성향의 부토 전 총리가 이끌었던 파키스탄 인민당이 올해 초 총선에서 다수당이 되긴 했지만 연립 정부 내에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 등 미국과 불편한 관계인 이슬람 세력도 적지 않다.
존 네그로폰테 미 국무부 부장관이 3월 파키스탄을 방문해 신정부에 무장단체와 협상하지 말 것을 촉구했지만, 신정부는 테러와의 전쟁보다는 내정 안정을 선택했다. 무샤라프의 권력약화 시 미국이 우려했던 대터러 동맹 구도의 균열이 현실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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