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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지대 키르쿠크에 '종족분쟁 피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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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지대 키르쿠크에 '종족분쟁 피바람'

입력
2008.04.29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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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위에 떠있는 도시’라는 이라크 북부 최대 유전지대 키르쿠크가 이라크 인종, 종족간 분열의 화약고로 떠오르고 있다. 사담 후세인 정권시절 인위적인 이주정책에 의해 쿠르드족 터키족 아랍족이 복잡하게 섞여있는 키르쿠크에서는 이라크 북부지역이 자치화하면서 이를 차지하려는 세 종족간 쟁탈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키르쿠크는 이라크 기본법에 따라 지난해 말까지 국민투표로 지위를 결정짓도록 돼 있었으나 종족간 이견으로 올해 6월로 투표가 연기됐다. 최근 투표 기한이 다가오자 주민의 다수를 점하고 있는 쿠르드족은 국민투표에 의한 지위 결정을 고수하는 반면, 터키족과 아랍족은 “지난해말로 국민투표의 법적 구속력이 없어졌다”며 키르쿠크를 일단 ‘특별구역’으로 규정하고 최소 10년간의 시간을 두고 키르쿠크 지위문제를 협의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키르쿠크에 대한 연고권을 주장하는 세 종족의 입장이 워낙 완강해 타협이 도출될 수 있을지는 극히 불투명하다. ‘나라 없는 세계 최대 떠돌이 민족’인 쿠르드족은 후세인 정권 이전부터 키르쿠크가 민족의 염원인 ‘쿠르디스탄’ 독립국가의 수도 역할을 해왔다는 역사성을 내세워 쿠르드 자치정부의 심장이 돼야 한다는 입장. 키르쿠크에 대한 이들의 정서에는 마치 유대인이 예루살렘에 대해 느끼는 비장함마저 엿보인다. 반면 터키계는 키르쿠크를 자치화하는데는 찬성하지만 쿠르드족에 넘겨줄 수 없다는 입장이고, 아랍족은 키르쿠크를 포함한 북부지역이 이라크 중앙정부에 귀속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 종족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키르쿠크에서는 연일 종족간 납치, 암살이 발생해 무정부상태를 방불케 하고 있다. 쿠르드자치정부(KRG)가 “테러리스트를 납치하는 것일 뿐이며, 이것만이 쿠르디스탄을 보호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터키계의 이라크투르크멘전선(ITF)은 “쿠르드족이 자신들의 권리를 지킨다는 이유로 다른 민족을 침탈하고 있다. 쿠르드족은 선을 넘고 있다”고 날선 공방을 계속하고 있다.

쿠르드족과 터키족 사이에서 특히 문제가 꼬이는 것은 ITF가 터키 정부의 사주를 받는 사실상 무장단체이자 ‘대리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 쿠르드족이 독립국가를 건설하는 것에 본능적인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터키 정부는 ITF를 앞세워 키르쿠크가 ‘쿠르디스탄’의 본거지가 되는 것을 결사적으로 막겠다는 입장이다. 쿠르드자치정부로서도 ITF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자신들의 가상 적국인 터키에 굴복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유엔이라크지원단(UNAMI)은 다음달 중순 키르쿠크에 대한 종족 간 권력분점 중재안을 제시할 예정이나, 키르쿠트 내에서도 지역별로 인종간 분포가 천차만별이어서 어떤 해법을 내놓을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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